인권위 “유엔평화大 사건, 성희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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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성희롱” 학생 진정 조사뒤 결론… 교육부, 5월 학교 폐쇄명령 내리기로

[동아일보]

유엔평화대학(유피스) 아태센터 학생들이 제기한 A 교수의 성희롱 및 성추행 의혹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15일 열린 소위원회에서 이같이 논의한 뒤 학생과 아태센터에 다음 주 중으로 권고결정문을 보내기로 했다. 교육부는 인가를 받지 않고 교육기관처럼 운영한 아태센터에 다음 달 초 폐쇄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아태센터 학생들은 A 교수가 지속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했다며 지난달 2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본보 3일자 A1·5면… 평화를 가르치는 교수에 학생들이 분노한 까닭은

현행 법률에 따르면 인권위는 성폭력과 관련된 사안 중에서 차별 행위에 해당하는 ‘성희롱’ 여부에 대해서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성추행 또는 성폭행은 검찰이나 경찰 같은 수사기관이 밝힐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위는 성희롱 가해자와 피해 학생들을 아태센터에서 분리하라는 내용을 결정문에 담을 계획이다. 또 성희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아태센터에 권고할 예정이다. 아태센터는 지금까지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지 않았다. 피해 학생들은 손해배상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인권위 관계자는 “성희롱의 경우 보통 피해자에게 1인당 100만∼300만 원의 손해배상을 하도록 가해자에게 권고했다”며 “이런 사례에 준해서 권고가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10시간가량 조사하는 과정에서 A 교수는 가해 사실을 끝까지 부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진정이 제기된 지 한 달 반 만에 마무리됐다. 인권위가 지난해 발간한 ‘성희롱 진정 사건 백서’에 따르면 성희롱 사건에 대해 권고조치를 내리는 데 평균 160.7일이 걸렸다. 다른 사건에 비해 훨씬 빨리 마무리된 셈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학생들이 겪는 2차 피해가 너무 심각해서 조사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번 결정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16일 배포할 방침이었다. 보통의 성희롱 사건에 대해서는 보도자료를 내지 않지만 본보의 잇따른 보도로 사회적으로 파장이 커졌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까지 논의를 거듭한 끝에 보도자료를 만들지 않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피진정인(가해자)이 권고결정문을 받아보기 전에 보도자료가 나가는 건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본보는 A 교수의 성희롱 의혹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아태센터가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고 운영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14일 아태센터를 현장조사한 뒤 폐쇄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샘물·김도형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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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듬는 교수, MT가서 껴안고 뽀뽀하고… 학생 4명 피해
입막는 학교, 학생 편든 교수 해임… 조사 참여 학생도 퇴교
물의 교수는 “나를 쫓아내려 만든 사건… 왜곡-과장했다”

서울 종로구 운니동의 유엔평화대학 강의실. 학생 25명이 대학원 과정을 다니는 중이다. 평화와 인권을 가르치는 이곳에서 학교가 혼란에 빠질 정도의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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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대 소속의 K 교수가 유엔평화대학으로부터 강의를 부탁받은 날은 지난달 29일이었다. 연구방법론을 담당하는 교수가 갑자기 자리를 비웠으니 대신 맡아달라는 얘기였다.

유엔평화대학은 서울 종로구 운니동에 있다. K 교수가 하루 뒤에 201호 강의실에 들어갔다. 오후 6시 반이었다. 학생 8명이 보였다. 분위기가 이상했다. 아니, 어수선했다. K 교수는 자기소개를 하면서 강의를 시작하려 했다. “저는 법학을 공부했고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학생 A가 손을 들었다. “교수님, 잠깐만요. 지금 이 학교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시나요?” K 교수는 머쓱해졌다. “전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학생들은 돌아가며 얘기했다. 학교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해서…. 이날 강의는 1시간 반짜리. K 교수가 연구방법론에 대해서 가르친 시간은 20분이 안 됐다.


○ 학생의 사명을 항상 강조했다

A를 비롯한 학생들은 지난해 9월 경기 양평군의 펜션으로 MT를 갔다. 회식이 시작됐다. 교수가 A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자리를 옮겼다. 교수는 또 다른 여학생 B를 구석으로 불러 어깨를 주물렀다. B는 불쾌했다. 집에 가겠다고 일어섰다. 교수가 같이 가겠다며 따라나섰다. 조금 걷다가 교수가 B의 손을 갑자기 잡았다. 뿌리치면서 따지고 싶었다. 뭐하는 거냐고. 주변엔 도와줄 사람이 보이지 않았고, 깜깜한 밤길이라 그렇게 못했다. 결국 손을 잡고 버스정류장까지 함께 갔다.

교수는 “키스해도 돼요?”라며 다가왔다. “악!” B가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돌린 사이 교수는 볼에 뽀뽀를 했다. 그러고는 “잠깐 안고 있자”며 껴안았다. 교수는 깍지를 껴서 잡은 B의 손을 본인의 다리 사이에 갖다댔다. 자신은 자제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교수가 말했다. B가 깍지 낀 손을 가리키며 “이건 뭐죠?”라고 하니까 그제야 놓아줬다.

B는 집에 돌아가서 대학 교학처에 e메일을 보냈다. 개인 사정으로 자퇴를 하겠다고 했다. 마지막 부분에 이렇게 언급했다. ‘어깨 마사지 등 이상한 분위기 연출하고 버스정류장 데려다 준다며 손잡고 껴안고 과도한 스킨십 장난 아니던데… 교수로서, 인간으로서, 도덕적 자질이 의심된다.’ 며칠 뒤, 교수가 문자를 보냈다. ‘변명 없이 사과드린다.’ B의 e메일을 학교의 다른 관계자가 읽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일은 다른 여학생에게도 계속됐다. C는 자신의 경험을 기자에게 전했다. “교수가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에서 손을 잡아 깍지를 낀 뒤 주머니 속에 넣었다. 해외에 출장 갔을 때는 잘 곳이 없으면 자기 호텔에서 자라고 했다. 자신에게 시집오라고 한 적도 있다….”

교수의 이상한 행동은 올해 3월 초에 드러났다. 학생 몇몇이 모여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는 자리에서였다. 유엔평화대학은 유엔총회가 설립한 국제조약기구이자 고등교육기관. 한국이 서울로 유치한 아시아태평양캠퍼스는 2010년 개교했다. 석·박사 과정에 25명이 다닌다. 유엔의 이념을 실천할 인재를 양성한다는 곳에서 성추행이 계속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학생들이 파악한 피해자는 4명이었다.

가해자는 한 명이었다. 문제의 교수는 평화와 갈등에 대해 가르쳤다. 강의시간에는 늘 올바른 마음자세를 가지라고, 평화를 사랑하는 유엔평화대학 학생답게 살라고 강조했다. 위치(position)보다 사명(mission)이 중요하다면서.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한다는 니체의 말도 가끔 인용했다.

학생 7명이 나섰다. 피해자 4명을 대신해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교수의 공개사과와 사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까지 요구했다. 학생들은 생각했다. 학교가 제대로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하겠지…. 학생들은 믿었다. 교수에게 당연히 책임을 묻겠지….


○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요구했다


유엔평화대학 홈페이지를 보면 교수 13명이 있다. 이 중에서 전임교수는 2명이다. 학생들이 문제 삼은 교수는 전임이다. 그는 재단과 대학 설립 과정에 초기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개교하면서 상임이사와 사무총장을 맡았다.

학교는 3월 말에 진상조사팀을 만들었다. 이은욱 부총장, 다른 전임인 김모 교수 등 2명이 참여했다. 학생 측 대표는 안모 씨(31)가 맡았다. 문제의 교수는 부인했다.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를 들이밀자 포괄적으로 인정한다고 했다. 책임지는 차원에서 사과문과 사임서를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상조사팀은 며칠 뒤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교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휴대전화도 꺼놓은 상태였다. 며칠이 더 지난 뒤, 교수는 180도 다른 태도로 나왔다. “나를 이 자리에서 몰아내려는 음모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학생들은 지난달 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상조사를 의뢰했다. 학교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학생들은 이날 저녁,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와중에 C는 휴학했다.

유엔평화대학은 유피스(UPEACE)AP재단이 운영한다. 재단 이사회는 교수의 이사 직무를 정지시켰다. 교수직은 유지시키고 강의를 계속하도록 했다. 이어 정모 씨를 학교 교학과장으로 발령 냈다. 정 씨는 피해자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진상 파악을 위해 진상위원회 출석 요청 건’이라는 제목.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진상위원회와 학생 간 개별 만남을 요청한다. 불참석 시 불이익이 생길 수 있으며 학생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비밀리에 진상 파악 중이니 외부에 유출하는 걸 자제해 달라.’

피해 학생들은 반발했다. C는 e메일에서 따졌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이미 진상 규명 결과가 나온 걸로 알고 있으니 귀찮게 좀 하지 마세요. 불참석 시 어떤 불이익이 생긴다는 거예요? 어떤 피해가 가는지 말 좀 해주시죠. 정신적인 피해는 이미 충분히 받고 있으니 정신적인 피해 외에 재산적인 피해입니까, 물질적인 피해입니까. 메일을 받자마자 위협을 느껴서 밖에도 못 나갈 것 같아요.”

정 씨는 답장을 보냈다. “교수님은 항상 학생들과 친구처럼 어울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오해들도 받습니다. 이 상황이 개인적으로 너무 안타깝습니다.” 피해자들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 해임과 퇴교 조치가 이어졌다

재단 이사회는 지난달 9일 이은욱 부총장 겸 이사를 퇴임 처리했다. 계약이 만료됐다는 이유였다. 이어 이강렬 이사장이 교수와 학생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내부 절차를 찾지 않고 외부기관에 이 사건을 조사하도록 한 것은 국제기관인 대학의 신뢰와 자율성을 해치는 일이며, 이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학생들은 다시 반발했다. 지난달 12일 성명을 내고 재단 이사회가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사태가 불거지자 이번 학기에 처음 강의를 맡은 강사 P 씨는 지난달 20일 “더이상 유엔평화대학과 연루되고 싶지 않다. 앞으로 강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학생들은 다시 모였다. 여기서 피해자 D가 말했다. “여러분, 주변에 소중한 사람이 성추행 피해를 당했으면 절대 신고하지 말라고 하세요. 피해 사실을 알린 뒤 이렇게 고통을 당하게 될 줄 정말 몰랐습니다.”

첫 진상조사팀에 들어갔던 김 교수는 지난달 29일 해임됐다. 통지서에는 ‘학생들 선동 자극, 등록금 반환투쟁 종용 등으로 학사 운영에 심대한 악영향 및 손실 발생, 인사 불복…’이라고 써있었다.

김 교수와 함께 진상조사에 참여했던 안 씨는 하루 뒤에 퇴교통지서를 받았다. ‘(피해자) A에 대하여 사실 확인 없이 국가인권위에 피해자라는 진정서를 고의로 제출해 명예 및 학교기구의 위상 실추, 학생 선동, 학습권 침해 및 면학 분위기 저하, 불신 조장 성명서 배포로 학교 불안감 조성 등 학사 운영에 심대한 악영향과 손실 발생.’

유엔평화대학에 갈등과 혼란을 부른 교수는 기자와 2일 통화할 때 이렇게 설명했다.

“이 모든 사태는 김 교수가 나를 쫓아내기 위해 학생들과 한통속이 돼 만들어낸 사건이다. 성추행 피해자들도 모두 김 교수와 한통속이다. 나는 나름대로 깨끗하게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다. 아무리 캐도 안 나오니까 주관적인 성추행 문제를 잡고 늘어졌다.”

성추행 또는 성희롱에 대한 학생들의 주장을 전했더니 “사실이 아니거나, 격려해준 행동을 왜곡하고 과장했다. 김 교수가 나를 몰아낸 뒤 본인이 유엔평화대학 아태센터장 자리에 앉으려고 학생들을 선동했다”고 반박했다.

코스타리카의 유엔평화대학 본부는 이 사안을 다룰 윤리위원회를 1일(현지 시간) 열었다. 외교부와 국가인권위는 자체 조사 결과를 이달 발표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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