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1) - 건장한 신사


 
 
 
안녕하세요. 윤미림입니다.
 
저는 1955년부터 13년 동안
KBS 라디오 드라마 부문에서 일했습니다.
여기 올리는 가록은 1961년 5월 16일부터 보고 듣고 체험한 
군부시대 얘기들입니다.  
 
동일한 군사정권 하에서의 사건이라도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저는 자신이 경험했던 일들을 가감하지 않고,
거짓 없이, 있었던 그대로 여기 옮겨,
그 시대를 모르는 다음세대들이 역사의 한 단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
 
 
사건 (1) - 건장한 신사
 
1960년 가을인가, 남산 중턱 KBS 건물 연출계에는
퇴근시간만 되면 나타나는 키 크고 체격이 우람한,
낯 선 중년 신사가 있었다.
그가 어떤 신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연출계장 이상만 씨를 찾아온 친구나 친지 같았다.
연출계는 드라마나 소설 낭독 프로그램에
연기자들을 배정, 관리하던 부서였다
 
그 신사가 왜 매일 연출계장을 방문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연출계에 출입하던 직원들이나 연기자들을 
조용히 살피는 듯한 눈길을  던지고 있었다.
 
아무도 그 신사를 연기자들에게 소개해주지 않았다.
이상만 계장도 연기자들에게 인사를 시키지 않는 걸로 봐서,
아마도, 그 신사는  방송과는 관계 없는 사람 같긴 했다.
 
그렇게 신분이 알려지지 않은 채로 
그가 자주 연출계에 나타나니까,
나 같은 사람도 그를 보면 눈인사 정도는 하게 됐다.  
 
연출계에 출입하는 외부 인사들은 대개 방송작가들로서,
이상만 연출계장과 새로 시작하는 연속극에서의 배역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들리는 작가들이었다.
 
이렇게 그 어느 누구와도 통성명하는 일도 없이
나타났던 그 신사는, 이상만 계장이 퇴근할 때 함께 나가는 건지,
어느 조용한 음식점에서 누구 취직 부탁이라도 하려던 것이었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으나,
차츰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체격이 좋았고 당시 40대로 보였던 그 신사는 영관급 장교였고,
연출계를 찾아오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가족이 군에 가 있는 어떤 연기자는 그 건장한 신사에게
그 가족이 좋은 보직에서 복무할 수있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그 신사는 그 정도로 군의 요직에 있는 인물인듯 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신사와 눈 인사 외에는 말 한마디도 서로 주고 받은 일이 없다 보니,
그와 이상만 계장이 어떤 친분 관계일까 정도 이상의 관심은 없었다.
 
  
살기 어려워서...
 
당시 나는
나 자신의 일만으로도
머리가 뽀개질 것처럼 지끈거리던 시기였다.  
방송 수입만으로는 생활이 안 되는 처지에
월세 단칸방은 면해야 되겠는데,
안정된 수입의 길을 새롭게 개척하기는 어렵고,
 
연기라도 잘해서 좋은 배역을 맡게된다면 
다소 수입에 숨통이 트이기는 했겠지만,
 
방송출연 수입이란게 안정적이지 못해 불안함에도,
아무리 머리를 짜봐야 수입을 늘일 방안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한 상황이긴해도, 만일, 좋은 작품을 쓸 수만 있다면, 돈이,
그것도 큰 목돈이 생기므로 그런 길을 개척하고 싶다는 희망이
젊은이들 가슴을 설레게 했던 시절이었다.
 
1960년 4.19 때까지만 해도 정치는 난맥상이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직하게 열심히 노력을 하면
솟아날 길이 열릴 것이라는 꿈을 품고 있긴 했었다.
 
1958년, 한국일보 창간 3주년 기념으로 공모한 장편소설 분야에서
홍성유 작 <비극은 없다>가 거액의 100만환 현상금을 탔으며,
그 작품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상당한 원작료를 받았으므로
글만 잘 쓰면 금시발복의 길이 열릴 수 있음을 보여준 모델케이스가 되었다.
 
1960년 3월에는 서울신문사에서
 500만환 상금을 내걸고 모집한 장편 모집에
이대 영문과 졸업반이었던 신희수 작 <아름다운 수의>가 당선,
거액의 상금 때문에 전국이 요동칠 정도로 화제를 일으켰다
그 상금 500만환이면,
동대문밖의 조촐한 한옥 두 채를 구입할 만한 거금이었다.
 
 
그 작품 당선 소식에
사람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신희수 충격에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KBS에서 100만원상금을 걸고 모집한 연속드라마에
서울대 재학생인 김기팔 작 <해바라기 가족> 이 당선,
또 한번 돈없는 젊은 사람들 머리를 쇠망치로 후려때렸다.
 
남들은 같은 나이에 큰 돈을 버는데,
도대체 나라는 인간은 뭐를 하고 살았기에
이렇게 궁상맞게 살아야 하는가. 한탄이 저절로 나왔다.
김기팔의 <해바라기 가족>은 영화사에 팔려,
원작료만도 자그마치 160 만환을 받았다.
 
방송국 근처에서는 들리는 말마다 놀라움 속의 부러움을 유발하는 소식이었으나,
그런 와중에도 고뇌로 가득한 내 뇌리에 확실한 사실 한 가지는 각인되어졌다.
글을 쓰든 연기를 하든, 다른 어떤 일을 하든,
세상을 배우며 정직하게 공부하고 노력을 한다면
언젠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이 그것이었다. 
 
라디오드라마 중에도 히트작들이 등장,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다.
 
조남사작 <청실홍실> (1956.10~1957.4 )                   
김기팔 작 <해바라기 가족> (1960.5~5)
한운사 작  <현해탄은 알고 있다> (1960.8~1961.1)
한운사 작 <이생명 다하도록> (1957, 기독교방송국)
 
막연한 희망을 부등켜 안고 '진실하게 노력하자' 고
속으로 수백 번 수 천 번 외치고 있을 때,
1961년 5.16이 터지면서 세상은 가치가 수도 없이 전도 되면서
사회질서는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5.16이 일어나고서야, 방송국 연출계에 나타나,
염탐꾼처럼 수상한 눈망울을 굴리던 건장한 신사의 정체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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