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7) - 국민 망신 주던 군사정권]


권력이 아무리 크다고 생각하더라도
거기에는 한계를 지킬 줄 아는 분별력이 필수다.
범해서는 안 되는 인권을 지켜주는 지혜가 결여되면
그건 권력이 아니라, 원시인들의 야만행동일뿐이다.
그만큼 법 적용에 있어서,
권력남용은 화근이 되고 만다.
 
자신의 행동이 밖에 알려지거나 공개 되어서
안되는 것들 가운데,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남녀의 섹스관계이고,
또하나는 공개장소에서 물리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이다.
 
우리 나라는 섹스의 폭로를 아직도 조롱의 대상으로 여기며,
그런 망신을 주는 자에 대한
강력한 법적 제재가 미흡한 상태이다.
 
오죽 즐길 게 없으면 타인들의 섹스장면을
간접적으로 훔쳐보며 즐기려고 하겠는가.  
망신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 수치심이 일생을 두고
마음의 깊은 상쳐로 남는 것이다.
 
사춘기가 되면 미성년자들도 성에 눈뜨면서,
남녀가, 부부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식을 낳게되는가를 알게 된다.
그렇기는 하지만, 남녀관계의 즐거움은,
우리 인간 각자가 누리는 고유한 권리로,
본인들만의 극히 비밀스러운 영역이다.
성생활은 본인들의 허락없이는 
아무도 침범하면 안 된다.
 
그러나 사악한 인간들이 권력을 악용하여 
인간 권위에 흠집을 내려고 남의 사생활을 
염탐하여 공개하는 것은 엄벌해야 마땅하다.
 
준법정신이 결여돤 박정권은
반대파를 무찌르기 위하여 그런 옳지 않은 수단을 동원하여.
국민 마음을 어둡게 한 일이 얼마나 반복되었는지 모른다.
하여간 그 정권은 준법정신이 마비된 예가 많았다.
독재자가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일때, 이미 그는 호텔에
미인 여배우를 데려다가 시중들게 하고 있었다.
 
권력자는 자신은 혼외 정사를 즐기면서도,
타인에게는 같은 행위를 죄악처럼 욕보이는데 이용했다.
서슬퍼런 군사정권 위세에 눌려 그런 일을 알고 있는 국민들도
일체 입을 열지 못했을 뿐이다.
후에는 그런 권력을 주축으로 하여 조직적으로 지능적으로
반대자들의 여자관계를 알아내어 공개망신 주기도 했다
 
 
판사들이 망신 당한 사건
 
1971년 7월 28일 사법파동이 발생했다.
문제는 검사들과 판사들 간에 갈등에서 시작됐다.
 
갈등의 원인은 시국사범 재판에 판사들이 계속 무죄판결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 무죄판결에 실색한 권력 측은 
판사들을 혼내주기로 작심, 미운 털이 박힌 판사들의 
뒷조사를 하고 다녔다.  
 
그 해 7월 초, 권력 압력을 받은 검찰이,
뇌물수수죄로 몇몇 판사들을 기소하여,
분격한 153명 판사들이 집단 사표를 제출했다.
그 사건이 71년 사법파동이었다.
해당 검사들의 인사처리로 임시 봉함이 되는 듯했으나, 
다음 해 유신한법 등장으로 법원은  수난이 이어졌다.
 
권력이 판사들을 괴롭힌 과정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았다.  
부장판사 이 모판사와 최 모판사와 이 모서기가 제주도에 출장가면서
사건담당 변호사로부터 왕복  비행기표부터 밤의 향응까지
일체 비용을 제공받았다는 것,
 
그 향응 가운데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한 것은 밤의 꽃값이었다.
두둑한 꽃값...
꽃 값이 판사들 망신의 노른 자위였다.
일반 주부들은 그때만 해도 순진한 여성들이 많아,
맛있는 음식 대접받고 새삼스럽게 꽃다발이 얼마나 고급이기에,
그렇게 꽃값이 비싸냐고 놀라기도 했다.
 
 그 꽃값은 식물 꽃이 아니라, 유흥가 여자들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런 화제에 사람믈 머리에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남녀 알몸뚱아리들의 유희였다.
 
여자향응을 받은 판사들은 즐거운 밤이었을지 몰라도,
일단 그런 식으로 비말이 탄로나면,
그 행위는 씻을 수 없는 수치스러움이 되고 만다.
사람들은 그 판사들을 볼 때마다
그들이 여자관계를 한 장면들을 연상하며,
그들 마음 구석의 육욕(肉慾)을 천박하게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망신을 당한 모 판사는 그 마음의 상처 때문이였는지,
아직도 일할 나이인 63세에 세상을 떴다.
 
  
깡패들의 조리돌림 
 
유흥가 여자들과의 관계와는 다른 얘기인데,
박정희 군사정권이 권력잡는데 성공하고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의 힘을 유감없이 과시한 사건이 깡패들 소탕이었다.  
 
이승만 정권은 치안유지가 서툴러, 권력이 조폭들을 활용하여
치안문제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것이 지나쳐,
경무대 (지금의 청와대) 경호담당 책임자를 등에 업고 정치깡패들이,
무소불위로 시민을 괴롭혀 원성이 높았다.
 
조폭 우두머리가 문교부장관도 할 거라는 해괴한 헛소문까지
나돌며 인심을 흉흉하게 했다.
 
박정권이 장권 잡고 제일 먼저 손 본 것이 정치깡패들이었다.
혁명재판의 서슬퍼런 위세에 반대나 따지고 들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장치깡패 우두머리로 알려진 몇몇은 체포되어,
조리돌림을 당했다. 
 
조리돌림이란 죄지은 사람들에게 수치심을 극대화하여
동일한 죄의 재발을 방지한다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나,
현대에는 없어진 형벌이다.
 
박정권은 혁명제판에서 정치깡패들을 제거하여
국민들에게 혁명정권의 힘을 과시하면서,
또 한 편으로는 국민으로부터 혁명정부 잘한다는 인기도 얻을 겸,
법에도 없는 깡패 두목들의 조리돌림을 하도록 한 모양이나,
독재자는 법을 어기는 행동을 취미삼아 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정치;깡패들은 두 손이 묶인 채로, 중무장한 공수특전단의
삼엄한 감시를 받으면서,
<나는 깡패입니다. 국민의 심판을 받겠습니다> 히는
현수막을 들고 종로 통에서 서울운동장까지 행진했다.
길 양편 연도에는 구경 나온 시민들이 운집하고 있었다.
 
그들이 잘못했으면 법대로 처분하면 될 것을
조리돌림은 2중처벌 행위로 잘못된 법적용이었다.
어차피 극형으로 처단할 죄인들인데, 조리돌림은 지나쳤다고,
교도소 안에서 죽음을 앞둔 죄인들이,
죄인이라고 인권이 없느냐며 불평을 했다고 한다.'
 
 (양수정의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에서) 
죄를 짓는 것도, 권력의 남용도, 우울한 얘기들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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