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통계에 지옥으로 가는 폭주기관차 한국


 
 
 
 
 입력: 2013-01-14 17:30 / 수정: 2013-01-15 07:02
 
엉터리 통계가 많다. 때로는 고의적일 수도 있다.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통계도 그렇다. 대부분이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을 구두 질문으로 조사한 결과치다. 통계만 놓고보면 한국은 지옥을 향해 달리는 폭주 기관차다. 빈곤가구도 꾸역꾸역 불어난다. 그러나 이들 통계는 ‘1인 가구의 증가’라는 인구 동학(動學)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1인 가구는 2010년 현재 414만2000가구(명)로 10년 전보다 86.2%나 크게 늘어났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9%다. 거의 4분의 1이다. 남자는 28세, 여자는 27세와 79세에 독신 비율이 높다. 미혼이거나 미망인이다. 바로 이 1인 가구가 빈곤통계를 왜곡시킨다. 1인 가구는 대체로 가난하다. 당연하다. 우리는 분가(分家)할수록 가난해진다. 이는 가구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세대의 특성이다.

악화되는 지니계수나 엥겔계수도 1인 가구 급증이 만들어내는 왜곡된 실상이다. 모두가 개인 아닌 가구를 기초 단위로 하는 지표들이다. 부자 부모를 둔 자식도 따로 살면 그 순간 가난한 1인 가구가 되고, 자식이 부자인 홀로 된 할머니들도 그렇다. 1인 가구는 빈곤이나 양극화의 실상을 극단적으로 악화시켜 보여준다. 1인 가구를 적절히 분리 통제한 다음이라야 우리는 빈부격차나 소득 문제, 지니계수, 엥겔계수가 말해주는 사회적 진상에 비로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통제되지 않는다. 사회적 변화가 더 빠른 탓이다.

불과 10%의 토지소유자가 전 국토의 90%를 소유한다는 따위의 통계도 한국 자본주의를 규탄하는 데 자주 인용된다. 그러나 5인 가족이면 대부분 상위 20%(아버지)가 부동산 100%(집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에 불과하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상위 토지소유자의 대부분은 농민이다. 이런 통계를 인용하는 것은 대부분 무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판에서는 통계착시에 기초한 거짓 선동이 판을 친다. 도시 근로자와 농촌 가구의 소득 비교도 그렇다. 도시 근로자는 대부분 중장년 소득자를 포함하지만 농촌 소득에는 80대 농민도 포함된다. 이 비교 불가능한 기준을 비교하면서 농촌의 가난을 우려한다. 농촌 노인은 ‘늙어도 약간의 소득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진면목이다. 실은 뿌리 뽑힌 도시 서민의 삶이 더 위태롭다.

통계를 왜곡시키는 진짜 요인은 복지정책의 존재 그 자체다. 복지가 많아질수록 소득과 빈곤 통계는 거짓으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복지 수급을 노린 가짜 거지도 많아진다. 노인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국가가 주는 복지용돈을 타내기 위해서 멀쩡한 자식을 불효자로 만들고 번듯한 중산층조차 빈곤층을 가장한다. 노인이 될수록, 그리고 국가의 복지시혜가 많아질수록 이런 유혹은 커진다. 노인은 거듭되는 질문에 아주 태연하게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노령화가 가난을 만드는 여러 이유에는 이런 사정도 숨어 있다. 그렇지 않아도 거짓말을 많이 한다는 한국인이다. 한국의 위증 무고 사기죄는 일본의 수백배다. 이번에 우리가 목도했듯이 한국의 정치 관련 여론조사도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응답자들은 지지자의 당선을 위해 때로는 천연덕스럽게 진심과는 다른 말을 한다. 복지수급권이 걸려있는 소득 조사는 그럴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양극화에 대한 근거없는 선동이 많아질수록, 그리고 빈곤 대책을 요망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양극화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비판도 비례적으로 많아진다. 타인의 고통을 동정하는 것은 인간의 이타심이 작용한 결과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자신을 보다 도덕적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은 때로 타인의 비극에 과잉 공감하는 외견상 반응을 보인다. 교육을 많이 받은 소위 강남 좌파들일수록 현실을 지옥으로 묘사하면서 평등한 사회를 외친다. 가난한 이웃을 동정공감하는 것도 이기적 전략의 다른 표현이요 전략이다.

그러나 자신이 세금을 내기는 싫어한다. 부자증세론은 자기 돈을 내지는 않겠다는 강한 의사표현에 불과하다. 위장전술이요 허위의식이다. 잘못된 통계와 결합한 이기적 개인들은 자연히 잘못된 정책을 증폭시킨다. 이게 복지라는 정치 문제의 본질이다. 그러니 복지에 대한 웅변이라면 목소리를 약간 낮추는 것이 좋지 않겠나.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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