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께 '암 환자' 가족이 한마디 하겠습니다]


 
[주장]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선택진료비'... 이 계산서 보이십니까?
 
13.02.10 20:29l최종 업데이트 13.02.10 20:29l
박석철(sisa)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18대 대선 기간 전국의 유세장 곳곳에서 4대 중증질환 치료비 전액보장 공약을 내놨고, 이 약속에 많은 국민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최근 인수위가 4대 중증질환의 비급여(건강보험이 적용 안 되는 비용) 중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를 환자 몫으로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암은 이제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찾아오는 특수한 질환이 아니다. 누구나, 언제든지 걸릴 수 있는 흔한 질환이다. 그로 인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고통받고 있고 특히 병원비 중 선택진료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자는 지난 수십 년간 아파서 병원에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난 2007년 평소 건강하시던 아버지에게 돌연 암이 찾아오면서 종합병원에서 암치료 수발을 해야 했다. 당시 필자를 화나고 억울하게 했던 것이 바로 이번 인수위 발표에서 빠진 '선택진료비'다. 비록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직접 경험한 당사자로서, 내 주변에도 암 환자가 많다는 점에서 이번 4대 중증질환 공약 수정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매일 9만 원씩 내던 진료비, 그중 7만 원이 '선택진료비'
 
지난 2007년 1월,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매일 울산의 한 종합병원으로 왔다갔다 했다. 암 치료의 한 과정인 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해서였다. 당시 우리가 내는 하루 전체 진료비는 8만6930원이었는데, 이중 선택진료비가 6만9345원이었다. 사실상 진료비의 대부분이 선택진료비인 셈이다. 하지만 이 선택진료비만 아니었다면 1만7586만 내면 되는데, 억울했다.
 
계산서를 보면 진찰료가 1만650원, 방사선 치료비가 16만5213으로, 전체 진료비는 17만 5863원이었다. 여기서 환자 본인은 10%만 부담하면 되므로 우리가 낼 돈은 1만7586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결국 선택진료비로 6만9345원 더 내야 했다. 방사선 치료는 환자마다 똑같은 기계로 하는데 그 기계에 특진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진찰료도 문제는 마찬가지였다. 진찰료 선택진료비가 계산됐지만 사실 그날은 해당 의사의 진료가 없었다.
 
더 억울한 것은, '선택진료'를 당초 아버지나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처음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고 치료 과정을 밟을 때 병원 측은 "특진을 하라"고 했다. 그 의사가 누군지도 몰랐다. 우리 경우뿐 아니라 대다수 환자나 가족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암 진단을 받을 경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병원 측의 로드맵에 따를 수밖에 없다.
당시 내가 의아했던 것은, 암에 들어가는 진료비 체계였다. 과거에는 암에 걸리면 '돈이 없어 죽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록 엄청난 치료비가 들었다. 하지만 '암환자 본인일부부담 산정특례' 제도가 생겨 부담이 확 줄었다. 노무현 정부 들어 암으로 확진받은 암 환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만 하면 5년 동안 전체 진료비 중 본인 부담금 10%만 내면 되도록 했다. 게다가 지난 2009년 12월부터는 그 비중이 5%로 낮아졌다.
 
당시 평소에 병원 문턱을 잘 밟지 않았던 필자는 아버지 암 치료를 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됐다. 진료비 중 10%만 내면 된다기에 큰 안도가 됐다. 하지만 막상 아버지의 암 치료 수발을 하다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소위 '특진'으로 불리는 선택진료비가 사람을 잡는 꼴이었다.
 
당시 나는 병원 측에 항의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다른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로 하고 있으며 적자 상태인 병원의 수익을 위해 어쩔 수 없다"며 "선택진료를 하지 않으면 전문의들이 자존심 상해할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그냥 있을 수 없어 보건복지부에 문의했다. 하지만 "선택진료비에 대한 항의가 많지만 병원 측 입장을 고려하면 어찌하지 못하는 형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시 건강보험공단에도 항의했지만 편법을 인정하면서도 "적자에 허덕이는 병원이 많아 어쩔 수 없다"며 환자 보다는 병원 측 입장을 우선했다.
 
병마와 동시에 치료비와 싸우는 가족들 심정 아시나요?

 
문제는 지금도 이같은 선택진료비가 하나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이웃의 아이가 암 치료를 받고 있어 부모에게 확인하니 "선택이고 뭐고 있나, 특진을 하라고 해서 할 수 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선택진료비에 대한 국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등에서는 비슷한 사례의 글을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 4대 중증질환 치료비 중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를 환자 몫으로 하겠다고 번복한 배경은 두 가지로 유추해볼 수 있다. 하나는 암 환자 등 국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의견을 들어놓고 일부러 이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문득 지난 대선이 떠오른다. 지난해 12월 12일, 필자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울산 유세가 있었던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호텔 광장에서 현장취재를 한 바 있다. 당시 박 후보는 4대 중증질환 치료비 전액보장을 포함한 공약을 내놓으면서 참석자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박 후보는 이어 "문재인 후보는 흑색선전할 시간에 새 정책 하나라도 내놓으라고 하십시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시 박수가 쏟아졌다.
 
이틀 뒤인 14일 나는 다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유세를 하는 울산 중구 성남동 현장에 취재를 갔다. 당시 문 후보는 "박 후보는 4대 중증질환(치료비만 보장하는 것)을 복지라고 말하더라, 심장은 되고 간은 안 되나, 이것은 선별적 복지가 아닌 차별적 복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환자의 부담이 큰 선택진료비는 내년 하반기부터 바로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선거는 끝이 났다. 지금도 병마와 함께 진료비와도 싸우고 있는 전국의 수많은 암환자와 그 가족은 알 것이다. 계산서에 찍힌 선택진료비가 주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암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국민들, 이 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출처-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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