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석손님 (58) - 남편은 냉혈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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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손님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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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냉혈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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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는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마거릿 사건을 생각하면 할수록
속이 떨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엄마가 되어, 어린 딸 하나, 악마나 다름없는
늙은 작가 녀석으로부터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 주제에,
도리어 남편에게 소리를 지르는 못난 여편네,
네가 그따위로 미련하게 구니까,
남편 사랑을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고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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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순을 안 볼 수만 있다면…,
내 인생에 무슨 마가 끼어서,
저런 사납고 미련한 여자와 결혼을 했을까.
애순의 목소리도 듣기 싫고,
그 여자 얼굴도 보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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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은 철이 없으니까,
그 늙은 녀석하고 혜어지라면,
눈물을 짜고 마음의 상처를 입겠지….
당장 작가라는 인간을 찾아가, 멱살을 잡고
네 잘못을 반성하라고 실컷 두들겨 주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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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작가도 되지 않은 사춘기 딸에게,
못난 에미가 남녀 연습부터 시킨 꼴이었다.
딸 앞에서 애순과 큰 소리로 다툴 수도 없는 일이고…,
그래도 애비가 뭐라고 하면,
에미라는 미련퉁이는 뭘 잘했다고 길길이 뛰겠지?
그때 문뜩 용호 눈에 벽에 걸린 그림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경주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기념으로
서울 길거리 화가가 그려준 두 사람 사진을
액자에 넣어 침실 벽에 걸어놓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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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눔의 걸 확 떼어다가 애순이 보는 데서,
마당에 내던져 액자 유리가 산산조각이 나게 할까 하다가,
내가 무슨 야만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하고,
용호는 숨을 몰아 쉬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평소와 똑 같이 평온한 얼굴로,
마거릿을 학교까지 차로 데려다 주고,
직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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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말이 없는 남편이지만,
아침 출근하기 전에 아내에게 원망의 소리 한 마디 쯤은 남기고
나갈지도 모른다고 애순은 생각했었으나, 기대는 빗나갔다.
한마디 말 없이 입을 꽈 다물고 딸을 앞세우고 나가는
남편 뒷모습에서, 애순은 소름 돋을 만큼 무서운 남자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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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형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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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에게 엄마 편지를 읽고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날, 애순은 낮에 소설가 부인의 전화를 받았었다.
상대방이 정하는 대로 광화문의 지하다방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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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은 남편 소설가보다 상당히 연하로 보였다.
만삭의 몸인데, 마거릿 때문에 마음 쓰게 한 게 미안했다.
애순은 상대 부인에게, 딸아이로 인해 몸도 불편하신 데,
마음 쓰시게 해서 죄송하다고, 머리 숙여 사과하고,
앞으로는 아이를 철저하게 감시하겠으니, 안심하시라고,
몇 번이나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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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순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아보였는지,
그 부인은 화도 안 내고 헤여졌다.
그러던 부인이 왜 그 날 오후 종합병원으로 다시,
마거릿 아빠까지 찾아가서 마거릿 얘기를 또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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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마거릿이 태어나고 좀 지나서,
정수란이란 여자를 천사로 칭찬한 메모를 남편 수첩에서 발견,
그 여자가 남편과 불륜관계로 잘못 짐작,,
종로 2가 국일관 뒤,
한옥 문간방에 세 들어 살던 여자를,
패거리들과 함께 급습,
속이 후련하도록 두들겨 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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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때 다시 그 집에 가보니,
집주인 남자의 말이 무서웠다.
무슨 영문인지 난 모른다,
그 여자는 병원 구급차에 실려 갔다,
죽었을 것 같더라….
그 말에 애순은 기겁을 하여
집으로 내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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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며 애순은 고개를 옆으로 저으며,
자문자답 했다.  그 여자가 설마…, 설마…, 죽었을까?
아냐, 죽지는 않았기에 경찰에서 연락이 안 왔겠지….
그래도 그 사건은 어떻게 된 건지 애순에게 늘 께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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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꼭 무슨 살인사건을 저지른 것 같은 끔찍한 생각이 들어,
그 일에 관해서는 남편 앞에서 애순이 입을 연 일도 없고,
용호 역시 그 건에 관하여 말을 꺼낸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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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입장이 바뀌어, 자기 딸이,
처자 있는 남자와 호텔에서 정을 나눈 일로,
노여운 상대방 부인이 찾아왔으나,  옛날 애순이처럼
폭력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순순히 이쪽 사과를 받아들이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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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애순은 오래 전 수란에게 가했던,
자신의 폭행에 대해서는,
지나간 악몽이라고, 애써 외면하려고 해왔다.
그 폭력으로 남편의 애정을 잃고,
자신은 성질 부리다가, 자궁까지 제거히게 되고…,
자신의 생애를 어둡게 한 그 일련의 비극을
그녀는 똑바로 마주 볼 용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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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때, 왜 그렇게 난폭하게 굴었을까?
출산 후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기 전이러,
신경이 지나치게 예민해진 상태라 그랬을 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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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애순이 냉혈동물 같은 남편에게 다 말을 하지 않아 그렇지,
이번 건, 마거릿을 건드린,
소설가라는 50대 남자에게 대해서는
남편 이상으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딸을 잘 감독하지 못한 자신의 방심을 나무라긴 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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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부아가 머리끝까지 치민 애순은
소설가라는 남자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아니, 전체 한국 남자들에게까지 속으로 비난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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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유, 남자들 꼴도 보기 싫어.
정신적인 사랑으로는 심이 안 차,
여자만 보면 섹스 할 궁리만 하는 순 동물들,
그런 동물들을 사람 대우하고 살자니,
한국 여자들이야말로 정말 천사다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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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동물로만 끝나냐?
이 세상에 한국 남자들 같은 바보가 어딨어?
저희들은 결혼 전에 일부러 돈 주고 여자들을 사기도 하면서,
결혼할 여자는 절대로 처녀 아니면 안 된다고,
별 쓸데없는 걸로 여자들을 죄인처럼 괴롭히지….
천벌 받을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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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지지리도 못난 동물들,
하여간 한국 남자들 못난 거 알아줘야 해, 
남녀가 얼마든지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사회가 이렇게 발전했는데도,
지금도 처녀여부에 매달리는 거 보면,
저런 사람들은 무얼 베우며 저 나이 될 때까지 살았을까 하고
얼굴이 뻔히 쳐다보여진다니깐,
인간의 참다운 가치를 볼 줄 모르는  그런 남자들은,
아들 손자 며느리 다 있는 여자보고도,
당신, 처녀냐, 아니냐, 하고 시비 걸려고 할 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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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담에 마거릿하고 결혼할 남자도,
너, 처녀냐 아니냐, 하며, 유치한 짓거리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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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인간적으로 더 말해보랴?
여자가 올드미스 소리 들을 나이에도  남자 모른다는 게 자랑이냐?
나 매력 없는 여자요, 하는 증거니까  창피한 거지….
잘 생각해봐라,
여자가 얼마나 매력 없으면,
그 나이가 되도록 남자 시선을 못 끌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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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후진적  남녀관의 잔재를
마거릿은 작품으로 용감하게 쓸어버려야 하는데 ….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 딸은 인간본성을 꿰뚫어보는,
정직한 작가로 성공해야 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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