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시간들 (40) - 임희재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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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의 시간들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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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재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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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기로 임희재 작가님이 KBS 오시면, 나를 데리고,
남산 방송국 앞"산길"다방에 가시게 되었는지,
자세한 기억은 없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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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몇 가지는 선명하게 기억한다.
드라마작가들은 자기 직품의 배역을 정할 권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나는 방송 초기에는 드라마 작가라면 무조건 친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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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여름 어느 날 오후,
복더위에도 선풍기 없는 연출계에 처음보는 손님이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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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화가 같은 인상의 그 분을, 어떤 선배 연기자가,
작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걸 듣고, 나는 얼른 일어나,
부채 찾아다 드리고, 남녀공용 화장실 세면대에서,
물 한 컵을 받아다가 서비스 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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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가님은 임희재씨.
그 후 얼마 안 있어, 조선일보 건물 지하"은마차"다방에서
그 작가님이 우리 연기자들과 우연히 옆 자리에 나란히 앉게 되었다.
 .
무슨 얘기 끝에<로마의 휴일>이 화제가 됐다.
1955년 9월 30일 을지로 4가 국도극장에서 그 영화는 개봉,
아직도 3류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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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은 깜찍하다, 요정 같다 등등, 남자 동료들은 한마디씩 했다.
그때 옆자리의 임희재씨가 웃으면서 조금 느린 말소리로 촌평,
.
"하! 오드리 헵번, 아카데미 상 타러 나올 때,
하얀 드레스 차림의 수줍어하는 모습이 꼭 학(鶴) 같더라!"
..
 .
 정말!
수상식에 나온 헵번에게 딱 들어맞는 묘사였다.
저 작가님 참 관찰력이 정확하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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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을 다시 보니, 표정이 여간 좋지 않았다.
순수한 소년 같으면서도 평화스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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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 번은, 1958년 초여름, 남산 방송국 앞"산길"다방에서
임희재 작가님과 몇몇 성우들이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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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화제는 사극을 잘 쓰셨던 이서구 방송작가님의 필체에 관해서였다.
당시 방송 작가들은 모두 달필이었다.
그런데 유독 이서구선생님만은 예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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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작은 세공품들을 진열해놓은 것 같은 아주 작은 글씨를 보면, 
크신 체구와 너무 대조적이어서 모두 놀랬다.
동료 성우 신원균씬가 누군가가 임희재 작가님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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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구선생님 글씨 말입니다. 정말 독특하거든요?"
"그래. 글씨가 그렇게 천진난만할 수가 없어. 순수한 동심의 세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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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어쩜!
임희재님은 말이 참 느렸다.
천천히 분명하게 묘사하는 그 말을 듣고 나는 또 한번 놀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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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서구작가님 글씨에 딱 들어맞는 묘사였다.
미소 띈 임희재님 표정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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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글씨를 천진난만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저 분은,
 마음이 곱고 머리가 좋으신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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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관찰력이 정확하며 머리 좋은 작가!
그때부터 임희재 작가님 하면, 그런 이미지가 내 머리에 심어져 있었다.
 
 그렇게 나는 일방적으로 그 작가님을 혼자 존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작가님 앞에서는 아부한다든지,
방송에 관한 화제는 일체 없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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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직장에서의짦은 만남이라 하더라도,
그 분에게는 솔직하게 마음을 열고, 문학 쪽 지도 받기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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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나보다 상당히 위이시고, 당연히 기혼자님,
이성의 감정은 아니었다.
그냥 그 작가님과의 대화가 무척 좋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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