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시간들 (43) - 행복했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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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의 시간들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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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했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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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장면정권까지는,
라디오 드라마는 작가들이 원하는 주제로,
예술성을 살리면서 자유롭게 창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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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 창작의 자유가 권력에 의해 제약 받는 일은 없었다.
국민의 정신세계가 무한히 발전할 수 있는 행복한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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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유시대 드라마 가운데
문학적인 가치에서 출중했던 연속극으로
다음 세 작품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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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사 작 <청실홍실>(1956.10~1957.4),
김기팔 작 <해바라기가족>(1960.4~5),
한운사 작 <현해탄은 알고 있다>(1960.8~19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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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 드라마로 빅히트한
한운사 작  <현해탄을 알고 있다> 영화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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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신시대 직전의 기적적으로 성공한 TV 드라마는,
임희재 작<아씨>(1970.3~19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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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5.16 일어나고 새상은 완전히 가치관이 전도되어,
방송국은 더 이상 창작의 표현이 자유로운 직장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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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작가들이 중앙정보부에 끌려가서,
5.16정부에 협력하는 글을 쓰도록 강요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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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나오는 드라마는 전부 신권력 선전하는 방향으로 선회,
월간 <방송>이나 <주간방송>은
"혁명"이란 딘어로 뒤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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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초반에는 민영방송국들이 속속 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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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961.12.2개국,
동아방송, 1963.4.25 개국,
동양방송, 1964.5.9 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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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보부에서 파견된 정보요원들이
새로 출발하는 민간방송국에 상주하면서,
녹음에 일일이 간섭하고 있었다.
이것도 쓰면 안 되고, 저것도 다루면 안 되다보니,
라디오드라마는 예술성과는 거리가 먼,
맛도 재미도 없는 나무토막 같은 타작만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방송문화는 군화에 짓밟혀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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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정부에 반대했다가 중앙정보부에 붙잡혀가기만 하면
구타와 고문으로,
 몸이 깨진 유리그릇처럼 박살나서 나온다는 말이 수없이 돌아,
사는 게 아니라, 공포의 생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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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밖에 모르는 선량한 방송인들을, 학생데모 보도했다고,
국가전복 선동죄로 몰아, 오랏줄로 묶어 법정에 세워,
사진 찍어 신문에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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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중에 방송사 제작부 간부 납치해다가, 
검은 보자기 씌워,
죽도록 두들겨 패서 실신시켜,
교외 으슥한 곳에 내동댕이치고 달아나는 테러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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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동료들을 만나도, 누가 뒤로 권력과 줄이 닿아있는지 몰라,
권력자 이름은, 꿈에도 서로 입에 올리지 못했다.
권력자를 비난한다는 것은
곧바로 병신되거나 죽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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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50 년대 후반 개국한 남산 시대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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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KBS와 민방 연속극에 평균 2편 정도 출연하고 있었는데,
연속극은 대개 20회로 끝났다.
한 달에 두 편으로 계산하여, 1년이면 24명 이상의 인물을 창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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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서너 편은 들어줄 수 있었지만,
재미도 없는 연속극에, 같은 목소리가, 비슷한 연령대의 인물,
적어도 1년에  24명의 성격을 창조하기란
내 능력으로는 사실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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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4, 5년 계속하다 보니,
비슷한 역할 너무 많이 한 본인도 피로하고
듣는 청취자도 식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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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이 아니었다.
한 동안은 밤에 영화녹음도 했다.
혹사당한 내 목소리는 자꾸 갈려나오다가,
어떤 때는 목소리가 하나도 안 나올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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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라디오를 퇴출시키려는 TV 시대가 코 앞에 와 있었다.
결국 드라마 주연을 많이 한다는 것은,
나의 경우는 자기 파괴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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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은 한 달에 연속극 두 편은 해야,
네 식구 빠듯하게 생활이 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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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경부터 나는 집에 있을 때는,
소설이나 기록물 서적들을 잔뜩 구입해다가, 밤새워 읽는 게 일,
낱 권보다는 일어로 된 전집을 사다 쌓아 놓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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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리 출판계는 번역물이 많지 않았다.
내가 구입한 일어 문학전집을
출판사에서 빌려다가 출판하기도 했다.
일어를 나는 잘 읽지 못했는데, 한자는 우리 식으로 읽고,
일어사전 찾아가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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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2월 1일 수요일 밤, 날씨는 쌀쌀하고 밤 늦은 시간,
 나는 버스를 타러가려고 혼자 충무로를 걷다가,
아카데미서점에 들려, 선반 위에 새끼줄로 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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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 번역 로맹 롤랑 전집 35권을 발견,
그 자리에서 구입했다.
그 전집이 나와 깊은 인연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 못하면서...(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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