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시간들 (44) - 최고의 선물을 안고


존경하는 스승 로맹 롤랑(프랑스 작가)
 
  아픔의 시간들 - (44)
 .
 최고의 선물을 안고
.
 그리스 신화, 지옥에 떨어진 시시포스에게 주어진 형벌은,
무거운 바위 덩어리를 굴려서 산 위 정상에 올려놓는 일이었다.
.
그가 무거운 바위를 굴려 산 위에 올려놓는 순간,
심술궂은 바위는 영낙없이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
그러면 시시포스는 다시 바위를 굴려 산 위로 올려놓으려고,
처음부터 그 힘든 일을 다시 시작했다.
.
그 신화는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
라디오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목표로 노력하고,
그 고지에 올라가자, 이제는 거기서 쫓기다시피 하산해야 했던
나의 성우생활,
.
더 이상 하고싶은 역할도 없고, 할 능력도 다했던 1960대 중반,
가까운 방송계 친지들의 충고가 늘어났다.
짧은 인생을 저런 일로 허비하다니...
.
미림이, 성우 일 언제까지 할 거야?
윤미림씨는 너무 오래 했어...
 
..
모두 나를 아끼는 분들의 의견이었다.
그것은 바로 눈만 뜨면 내가 자신에게 묻는 자문자답이기도 했다.
.
30을 바라보는 나이에 20전후한 젊은 역할은
유일한 상품인 목소리가 따라주지 않았다.
.
목소리가 젊은 역을 못하게 된다면
30넘은 중년 역할로 옮겨가야 한다.
중년역까지 출연할 생각은 없었다.
.
벌어놓은 돈이 있고 없고가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방송을 그만 두는 길뿐이었다.
.
방송 그만 두면 당장은 수입이 없을 것,
절약해야 하니까, 집에서만 피우던 담배도 끊었다.
담배는 목소리와 피부 노화를 촉진하는 독약이었는데,
그걸 폼이 멋있다고 생각했으니, 참 나는 미련퉁이였다.
.
그런 상황에서,
아카데미 서점에서 구입한 로맹 롤랑 전집은
첫 번 읽은 작품부터 나를 감동시켰다.
.
19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장 크리스토프>,
제1차 대전중의 기록<전시일기>등등...
.
이렇게 많이 알고, 이렇게 세계적인 인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작가도 있구나...
.
나는 매일, 버스 안에서, 방송국에서, 집에서,
그의 작품 읽으며 감격, 감격...
 
.
   로맹롤랑 /서재에서 피아노 연주하는 모습
 그의 글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옛 스승이 계시는 동국대학 대학원 철학과에서,
1년 청강 후 정식 학생 되어, 30 넘은 나이에 근대 서양철학 공부 시작.
 
한편 나는 방송출연은 대학 수강시간과 맞지 않고,
일도 점점 줄어, 1967년 말까지만 하고 그만 두었다.
프리랜서 성우였으므로 어디 사표를 내거나 송별회도 없었다.
 
가끔 출연 교섭이 오면 거절하면 그만,
그게 13년간 성우로서 종사했던 나와 직장과의 마지막 관계였다.
 
그것으로 나는 제 발로 방송국을 걸어나간 성우 제1호가 되었다.
그때까지는 성우가 스스로 KBS를 떠난 예는 없었다.
그러나 나는 KBS에서 받은 큰 선물 하나를 가슴 깊숙이 간직하고 있었다.
 
"소설을 써봐..." 조남사 작가님이 주신 그 한 마디...
내가 인생에서 받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연기 익히기가 힘들어 절망도 많이 했었지만,
취침시간 제외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드라마 작품을 생각하고,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유능한 작가들과 연출자들과 성우들...
나에게 그런 은혜로운 직장이 KBS 말고 어디 또 있겠는가.
;               
지금도 감사한 마음으로 KBS에서의 일들을 떠올리곤 한다.
엣날 그때는 좀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너그러운 마음이 부족했음을 많히 뉘우치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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