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시간들 (45) - 아나운서 이야기 1 -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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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의 시간들 (45)
아나운서 이야기  1 -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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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기면에서만 보면,
한국에서 아나운서를 오늘과 같은 인기직종으로 만드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인사는 임택근(任宅根)아나운서를 꼽고 싶다..
물론 지성과 인기를 겸비한 다른 이들도 많았지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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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방송국하면, 젊은 임택근 아나운서를 떠올릴 만큼,
그는 인기절정이었다.        
그 인기가 얼머나 대단했느냐 하면
연말 특별프로 공개방송에서,
임택근 진행자를 향하여, 
"사회자 임택근 씨,노래 한 곡 불러봐요"! 하고
프로진행과는 관계없는 요청이
방청석에서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께 일어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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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기와 젊음이 넘치는 언변,
귀티나는 인물,
그는 참으로 인기 절정의 방송인이었다.
그 방송인의 장점은 또 있었다. 겸손이었다.
20대 젊은 나이에 인기가 높으면 오만해지기 쉬운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대인관계가 예의 바르고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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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방송국에 몸을 담고
마이크 앞에서 방송하는 입장이면서도
성우들이 소속된 연출계와 아나운서실 직원들과는
드라마 녹음할 때 앞뒤 소개멘트를 넣을 때
만나는 일 외에는
평소에 업무상 접촉할 필요가 없었다.
방송국에서의 신분도 성우들은 KBS의 전속이긴 했어도
월급이 없는 프리랜서였으며 아나운서들은 공무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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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복도나 스튜디오에서 만날 때 아나운서들이
드라마 파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저 이는 겸손하다, 저 사람은 성격이 부드러운 가보다, 하고,
인기와 인간성이 어떤 관계로 작용하는가를
속으로 생각해보기도 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잠깐잠깐 반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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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자주 얼굴을 대할 기회가 많다보니,
나 나름대로 인상에 남는 일들이 있다.
 피상적인 관찰이 될 수도 있겠으나
성우였던 내가 바라본 몇 분 인기아나운서들과
드라마와 얽힌 아나운서들의 얘기를
조심스럽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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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중계로 인기절정에 오른 임택근 아나운서
1958년 5월 24일 토요일 개막하여
6월 1일 일요일 저녁 7시 폐막식까지 9일 동안
도쿄에서 제 3회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렸다.
스포츠에 소질도 없고 무슨 일에든지
경쟁을 무서워하는 나는
룰도 모르는 스포츠 중계는 관심이 없었는데,
우연히 그 날 5월 29일 목요일 낮 12시경부터
연출계 벽 위 부분에 부착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동경의 마라톤 경기 중계를 듣게 됐다.
경기는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었다.
임택근(任宅根) 아나운서 중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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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써준 대본이나 원고를 읽는 것도 아니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5월 하순의 한낮 따가운 태양아래
땀을 뻘뻘 흘리면서 혼신의 힘으로 달리는 우리 선수들의 모습을
현장에서 보고 느낀 대로 고국 청취자들에게 알리는 중계방송.
임 아나운서의 힘찬 목소리와 순발력은 대단했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으로 가슴 뛰게 하는 중계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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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지점인 도쿄 요요기 메인 스타디움이 가까워오자,
그때까지 뒤쳐져 2위를 달리던 우리 이창훈(李昌薰) 선수가
최후의 힘을 다한 역주 끝에 앞으로 나서기 시작,
수 만 관중이 숨을 죽이며 긴장한 눈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스타디움 그라운드를 돌아 1착으로 골인테이프를 끊으면서 실신,
들것에 실려나갔다. 그리고 조금 후 이창훈 선수가
정신을 차려 시상대에 오르고 애국가 연주와 함께
태극기가 게양됐을 때,
감격한 임 아나운서가 목멘 소리로 외치는
"대한민국 만세!"를 들으면서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저 정도의 능력이라야 방송할 자격이 있는 거야!
참으로 훌륭한 중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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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앞에서 웃는 연기가 안 돼 고민이 많았던 나로서는
그렇게 중계방송을 잘하는 아나운서가 무척 부러웠다.
스포츠 중계를 끝내고 귀국한 그 아나운서를
아래층 아나운서실 앞 복도에서 만났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왜 그렇게 방송을 잘하느냐고,
마치 따지는 투의 말이 튀어나왔다.
"어쩜 그렇게 방송을 잘하세요?
방송을 위해 태어나셨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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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마나 그 스포츠 중계에 감동했으면
그때까지 별로 대화해 본 일도 없는 젊은 아나운서에게
어디서 용기가 나서 그런 칭찬을 할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멋쩍고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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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들의 느낌이나 평가는 비슷한 모양으로,
임 아나운서를 칭찬했던 나의 표현을 다른 이들은
제 3회 동경아시아경기대회 중계방송 이전부터
사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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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위해 태어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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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방송} 1957년 12월 특대호
아나운서 프로필 임택근 편의 제목이었다. 
복도에서 내가 그렇게 감격한 인사를 건넸던 임택근 씨는
내가 칭찬했던 그 날 오전 다른 직원과 함께 연출계에 들렸다.
조남사(趙南史)연출계장님에게
일본에서 무사히 중계방송을 마치고 귀국했다는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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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계장 님과 악수를 하는 젊은 아나운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저렇게 다른 부서 책임자에게도 깍듯하게 인사 다니는 걸 보면,
저이는 가정교육이 참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부서 계장을 찾아 인사하는 장면을 보면서 느낀 그런 인상은
아주 가벼운 것이었는데 그 이후 10년을
여러 방송국에서 만나는 아나운서들을 보면
언제나 나는 임택근 아나운서를 기준으로 예의를 평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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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들도 그렇지만 같은 방송국에서
인기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언행은 본인이 의도하든 안 하든,
그들 인간성의 일면을 나타내며 주위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됐다.
1950년대 후반 20대의 임택근 씨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지명도를 높이는 데
절대적인 공헌을 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인기 최고의 아나운서였다.

본인의 저서 [방송에 꿈을 심고 보람을 심고](문학사상사, 1992)에는
자신의 일이라 그런지 인기에 관한 설명은 별로 없다.
하지만 정말 그 아나운서의 인기는 하늘만큼 높이 솟아 있었다.
방송 하면 사람들은 임택근 아나운서를 떠올릴 정도였다.
그 만큼 임택근 아나운서는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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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 드라마 앞 뒤 소개멘트를 녹음하러  와서도
임 아나운서는사람들을 대하는 매너가 참으로 부드러웠다.
간혹 드라마의 녹음 장면을 보고싶어하는 친지라도 찾아오면,
그 손님들을 데리고 와서 성우들에게도
자기 친지들을 일일이 소개하며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었다. 
내가 보기에는 임 아나운서는
인기 있다고 절대로 오만하지 않는 겸허한 방송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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