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석손님 (5) - 포성만 은은히 들려오고


 
 
    1917년 10월 준공된 최초의 한강인도교
 
 
입석손님 (5)
 

쿵…, 쿵…, 멀리서 포성만 은은히 들려오고…
.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오전 7시,
KBS 라디오의 긴급보도.
"금일 새벽 5시경 북괴군이 3.8선 전역에서
일제히 남한을 공격하고 내려왔습니다.
38선 전역이 비상사태입니다. 국군의 정예부대가
적을 격퇴 중입니다."
.
당시는 지방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서울에도 라디오 있는 집이 흔하지 많았으며
라디오가 있다 해도, 전기 사정이 안 좋아,
뉴스 보급이 더뎠다.
오전 7시에 그 라디오 방송을 못들은 세대가 대부분이었다.
.
그전 날 토요일, 군에서는 주말 휴가를 나간 장병들이 많은 데다가.
아직도 국민 의식은 일본 제국주의자들 압제에서 풀려난 자유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
거기에 그 해는 장마가 일찍 시작하여,
6월 19일 월요일부터 시작한 비는
21일 하루만 빼고 매일 비가 쏟아져,
아랫녘 영호남은 폭우 피해가 속출,
농촌은 모심는 시기에 때 이른 물난리였다.
.
구중중한 날씨에, 방송에서 북의 남침 보도가 있었어도,
북의 침공에 관한 보도가 처음에는 국민에게
특별히 놀랍게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
해방 후 남한은 하루 한 시 남로당 게릴라들의
경찰관서에 수류탄 투척, 전신주를 잘라버리는 것 같은
테러 행위 없는 날이 없엇고,
.
한라산에는 남로당 게릴라들이 2천 명 정도가 은신, 
기회 봐서 경찰관서와 민가를 덮치며 사회혼란을 부풀렸다.
.
그뿐이 아니었다. 남쪽에서도 내 편이 아닌 문화인들에게
폭력과 권총 테러롤 자행, 테러행위에 지친 국민에게는
.
남북 간 국지적인 무력 충돌은 일상화된 불상사로
받아들여지고 고 있었다.
,
                         박격포
.
북침 보도가 있던 6월 25일 일요일  오전,  용호는 집에 혼자 있었다.
아버지는 후취인 젊은 아내를 따라 주말에
용인 처가에 가있는 중이었으며,
용호는 있는 반찬에 적당히 아침 식사를 마쳤을 때였다.
.
뒷집의 반장아줌마가,
심각한 표정으로 문간방 아주머니를 찾아와
놀라운 소식을 전하는 것을 들었다.
.
"이번은 큰 전쟁이 났다는 것 같아요.
모두 거리에 나가지 말고 군경의 지시를 따르라고 한 대요."
그리고 안채의 용호를 보고도  주의를 주고 갔다.
.
"학생도 위험하니까 될 수 있으면 밖에 나가지 말어, 응?"
.
오후에는 반장이 와서 아침보다 더 다급한 목소리로
치열한 전투상황을 전했다.
.
"38선에서 피난민들과 부상한 사람들이 홍수처럼 밀려 내려온대요.
가만히 들어보면, 아주 멀리서 쿵, 쿵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게 대포소리래요. 그 소리가 들렸다가 안 들렸다가 그래요.
그리고 우리 군인들을 까뜩 태운 트럭들이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어요."
.
반장은 자기가 들은 대로 그밖에 여러 정보를 주고 갔다.
반장의 전언이 아니더라도, 용호는 전쟁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꼈다.
당장 6월 25일 그 날로 초등학교는 임시휴교에 들어갔으며,
요식업소와 극장 흥행은 일체 중지,
밤에는 완장 찬 기자들 외에는
일반인들은 야간통행이 일체 허용되지 않았다.
..
바로 그날 밤부터, 적의 공습에 대비하여
모든 가정이 밖에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등화관제를 실시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내려졌으며
.
상가는 한산하고,
개성, 동두천, 의정부, 춘천, 강릉 등, 38선 근방 전투지역에서
서울로 쏟아져 내려오는 피난민들과
전화(戰禍)를 입은 민간인 부상자들은
학교나 교회 건물에 임시 수용,
부족한 수용시설과 식사제공과
위급한 환자들 치료에 당국은 부심하고 있었다.
.
아까 반장 예기로는,
서울로 내려온 피난민들은 자기들이 목격한 사실을
남쪽 관리들에게 서둘러 알렸다.
북한군은 소련제 최신무기로 무장했으며
남쪽으로 쳐내려오는 소련제 탱크에는 소련군들이 탑승했다고….
.
용호는 아버지와 연락도 안 되고,
정릉 외가에 가서 사는 여동생과 외할머니 가족들 안부가
궁금했으나, 아버지 귀가할 때만 기다리며 멀리 가지 않았다.
그러나 틈틈이 대문밖에 나가, 뒷길을 통해 동사무소로 가서,
.
일요일에도 문을 열고
직원들이 분주하게 상부의 지시를 받고 있는 동사무소 벽에
나붙는 경고문이나, 전시상황에 관한 글을 읽고,
거리의 달라진 광경도 눈여겨봤다.
.
지축을 흔들면서 차도를 달려가는
군 트럭과 지프차들의 행렬이 부쩍 늘어났다.
반 뛰다시피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의 빠른 발걸음,
나라 전체가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혼돈 속으로 떨어졌다.
그 혼돈 속에서 더 섬뜩한 일은,
멀리서 들려오는 포성소리가 점점 더 뚜렷해하게
들리는 것이었다.
.
저녁때 혼자 용인에서 귀가한 아버지는
서울보다 더 뉴스가 어두웠다. 
그래도 궁금한 아버지는 정보를 얻으러  동사무소에 들렸으나,
.
서울시민들도 한강 이남으로 피난 가기 시작했으며,
시민들은 정부를 믿고 따르라는 말만 듣고 왔을 뿐이었다.
.
.
주위의 여러 가지 돌아가는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용호는 상당히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가 없어,
밤잠을 설쳤다.
.
그러나 이미 방송이나 신문보도는 군의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다음날 26일 월요일 자 조간에, 
군은 철통같은 대비책으로 만전을 기하며 적을 격퇴시키고 있으니,
국민은 동요하지 말라는 기사를 읽고
아버지는  그 보도를 신뢰하지 않았다. 
.
왜정말기 패색이 짙었던 때 일본 언론 보도는
일본군이 승승장구, 승리한다고 거짓말 하던 체험에서 나온
판단이었던 것이다. 
.
북과의 전면전이 일어날 것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었던 국군은
적군에게 시시각각 저지선이 허물어지면서,
당황한 군 지도층에서는
.
북괴군이 한강 이남으로 전진을 막기 위하여,
한강인도교 폭파계획을 극비리에 진행시키고 있었다. 
.
전투경험이 부족한 군 지도층에서도,
그 방어전략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정확한 예측을 못한 체,
한강 인도교 곳곳에,
폭약상자를 높이 쌓아놓고 공병들이 지키도록 했다.
 
북침이 시작한 지 3일 되던 6월 27일 저녁 때,  용호 아버지는
아무래도 잠시 서울을 피하는 게 좋겠다면서, 당장 입을 옷가지만 싸들고,
용호를 데리고 도보로 용인을 향해 집을 나섰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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