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석손님 (7) - 아, 통곡한다, 우리 정부는 어디에


 
 
              북한공산군의 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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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손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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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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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는 아버지가 잠깐 서울을 피하자는 제의에
반대나 찬성의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어른 말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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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아들의 행복을 바라는 혈육이며,
세상 보는 안목이나 판단력도,
이제 막 고등학교 올라간 학생인 자신보다는 월등 훌륭할 것임을
알고 있는 아들은 가능하면
다른 일에도 아버지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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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버지가 젊은 아내의 친정인 용인으로 피신하자는
계획에 용호는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차라리 외할머니와 여동생이 살고 있는 정릉으로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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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용호는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아버지에게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간단한 옷가지와 요기할 것이 든 가방을 들고
아들은 아버지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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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무소 앞을 지나면서 건물 벽에 붙어 있는 벽보를
아버지와 아들은 읽었다.
큰 글자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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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제 탱크 몰고 들어와,
동족에게 대포를 쏜 천인 공로할 북괴군,
아군의 공격을 받고 적들은 북으로 퇴각 중!!
서울시민은 정부와 군을 굳게 믿고 동요하지 말기 바랍니다.
정부와 군은 서울을 끝까지 사수하여
괴뢰군둘울 무찌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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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도 그 벽보를 읽었지만,
아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사무소는 불이 켜있지 않고 문이 잠기고 텅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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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의 하늘은 맑았다.
그러나 연일 비 온 끝이건만,
다가오는 더위를 예고하는 것처럼
후텁지근하고 기분 나쁜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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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에도 해는 아직도 서산 위에 남아있었다.
"하지(夏至) 지난 지 나흘밖에 안 됐으니, 해가 아직도 있구나.
빨리 가자꾸나. 전기 없어도 아마 오늘이 음력 열 이틀이니까,
그런대로 길은 훤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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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는 아버지가 왜 저녁 때 출발했는가를 알고 있었다.
시가전이라도 벌어지면 밤이 낮보다 덜 위험할 걸로 보고,
출발 시간을 늦게 잡은 것이다.
라디오에서 전쟁 일어나던 첫 날처럼,
야간 통금시간 지키라고 강조하지 않는 걸로 봐서
뒷길로 요령 것 다니는 것은 허용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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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왜정 말기, 징용에 끌려가서 파괴된 도로 복구
작업에 동원되었던 경험이 있어서, 
전투 진행 상황에 관해서 약간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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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5일부터, 
중무장한 북 괴뢰군의 남침 속도가 빨라
우리 국군의 빈약한 무기로는 미처 적군을 방어하지 못했다.
창동 저지선이 뚫리고, 미아리 저지선도 위태로워지자,
당황한 아군 지휘부는 전황 보도에도 우왕좌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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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9-09-18 준공개통된한강인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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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6일 월요일, 방송은 전황은 안심해도 된다는
낙관적인 뉴스만 내보내어 시민을 안심시켰다.
6월 27일 오전 6시, 신성모 국방장관이 방송에 나와,
정부는 수원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그 방송을 들은 국민들이 크게 동요하자,
조금 후 정부의 수원 이전 방송은 사실이 아니라며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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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난리 통에 오전 11시, 북괴 비행기가 서울에 공습,
오후 4시에는 동경의 맥아더 사령부가
서울에 전방 지휘소를 설치한다는 보도,
이 방송도 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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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방송을 듣던 용호 아버지는 용인 처가에 가기로 결정하고
준비를 하고 집을 나와 그 이후의 전황은 모르고
서울 역 쪽으로 아들과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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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날 밤 10시에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방송에 나와,
국민에게  호소했다.

"UN 군이 우리를 도와 적군을 물리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미 의정부를 탈환했으니, 시민들은 안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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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의 그 방송이 나갈 무렵에는
서울은 이미 난리가 시작된 다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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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뒷길로 돌아 돌아,
시청 앞을 지나 서울역으로 가려고 남대문에 들어서자, 앞에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보고,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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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웬일인가∼∼∼!!!
자기는 그 동안 집에서 태평성대 꿈을 꾸다 나온 것 같았다.
.        
               1950년1.4후퇴 때 피난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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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남대문에서 서울역과
한강인도교 쪽으로 통하는, 동자동 쪽으로 가는 길이란 길은.
피난민 행렬로 꽈 차 있었다.
마치 서울시민 전체가 피난길에 오른 것처럼,
그  일대는 사람들이 바다를 이루며 출렁거렸다.
.
어린애들의 울부짖음,
조금이라도 먼저 앞으로 나가려고 악을악을 쓰는 사람들,
우마차들, 자전거들, 노인아버지를 업고 가는 중년 아들,
머리에 이고 등에 짊어진 피난 보따리,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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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때까지도 맑던 하늘에는 밤 9시경부터는 시커먼 진흙 빛
구름이 엉기기 시작, 밤 12시부터는 비가 오는가 했더니,
점점 폭우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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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와 그의 아버지가 아무리 앞으로 빨리 나가려고 애를 써도,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밀려, 마음대로 움직지지 않았다.
폭우 때문에 옷도 신발도 비에 젖은 사람들 발걸음이 더 더뎠다.
용호네는 지우산(종이우산)을 갖고 나오지도 않았지만,
있어도 무용지물이 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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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세게 불고 비가 쏟아져 신은 물이 질퍽거리고,
깜깜한 밤에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어둠 속에서도 한강인도교 곳곳에 폭약상자가 높이 쌓여 있고
공병들이 지키고 있는 게 보였다.
.
용호 아버지는 섬뜩했다.
힌강인도교를 폭파하려고 하는 구나.
왜정 때 그는 전투 현장에서 일본군들이 지나온 다리들을
폭파하는 걸 봐서 그런 짐작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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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차량들도 피난민행렬과 엉켜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었다.
용호 아버지는 아들 손을 꼭 잡고 한 발작이라도
앞으로 좀더 빨리 나가려고 사력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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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였다 어디선가 헌병들이 나타나면서
허공에 공포를 쏘며 사람들을 사납게 밀치기 시작했다.
"나가란 말에요!!! 나가요!! 다리에서 나가란 말이에요.
모두 나가라고!!! 내말 안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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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헌병들은 호루라기를 불며 피난민들을 향하여
소리소리 질렀다.
"되돌아 나가라고!!! 내 말 안 들려? 다리에서 나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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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병들이 아무리 제지해도
죽어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모르면서 용호 아버지는
군인들한테 발길로 채이고 등을 떠밀려 모욕을 당하면서,
얼마 후 한강 인도교를 벗어나,
도로 용산 시가 쪽으로 들어섰다.
.
뒤로 가나 앞으로 가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
마음대로 운신을 할 수가 없었다.
옷도 가방도 신발도 비에 젖어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하, 일진이 사납구나, 일단 집으로 들어가야 할 까보다.
북괴놈들이 무고한 시울시민을 다 죽이기야 하겠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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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순간, 지축을 흔드는 굉음이 울리더니,
하늘이 대낮같이 밝아졌다.
폭탄이 떨어지는 줄 알고
용호 아버지는 아들을 껴 안고 길바닥에 업드리며.
우르릉 소리나는 한강 쪽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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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고 붉은 빛 불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니,
산산조각이 나며 한강으로 떨어졌다.
한강 인도교가 폭파되고, 다리 위에 남아 있던 피난민들은
피난도 못 가보고 희생 된 것이다.
사방은 다시 컴컴해지면서
단말마적인 사람들의 비명으로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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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이 다치지 않고 살아남은 것을 확인한 아버지는
폭우 속에 아들을 데리고
경복궁 쪽의 자기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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