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석손님 (12) - 아픔을 딛고 전진 또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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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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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손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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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딛고 전진 또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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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년 9월 28일, 서울은 적으로부터
탈환 할 수 있었지만,
북괴가 점령했던 3개월 동안
한국인 가슴엔 상처가 너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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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은 패퇴하며 서울이나 지방의 소도시나 작은 마을을 떠날 때도,
남쪽 젊은이들을 닥치는대로 붙잡아 의용군에 강제 편입,
도중에 한발이라도 늦는 듯하면 다 제거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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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울에 남은 똑똑한 남자들은 다 고문으로 망가뜨려,
쓰레기처럼 구덩이 속에 쳐 넣고
총질로 없애버리고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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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6.25 전쟁은 민족이고 뭐고 가리지 않고,
공산주의자들은 약탈과 살육을 일삼는,
인간 탈을 쓴 악마들임을 증명하는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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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인 불행을 겪으면서,
용호네 가회동 집은 건물은 무사했으나,
옷가지는 남아있는 게 없었다.
그것도 문깐방 세 든 아주머니가 지켜주어  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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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서울이 수복되었다고 좋아하는 것도 잠깐.
다음 고난이 검은 구름처럼 한국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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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턱 앞까지 쳐 내려갔던 북괴는
1950년 9월 15일 UN군의 인천 상룩 성공으로,
후방 보급로가 끊기기 시작하면서,
낙동강오리알 신세가 되어, 
십 만이 훨씬 넘는 적군이 포로로 잡히고,
그 여세로 나가면 북진통일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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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10월 9일 중공군의 개입,
인해전술로 한국전선을 교란,,
1951년 1월 4일, 또 한 번 서울이 적이 손에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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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3월 14일 UN 군이 서울 재탈환,
그 난리 통에, 북괴의 두 번 째 서울 침공 시에는,
시민들이 거지반 다 남쪽으로 피난 가버려,
파괴된 서울은  폐허의 거리, 텅 빈 유령 도시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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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진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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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군이 제 아무리 인해전술로 나오며,
눈오는 겨울밤에 구성진 피리소리로 아군들의 사기를 꺾으려 해도,
하늘과 지상의 현대화 된 미국의 무력과 작전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
비행기에서 목표물에 적중시키는 네이팜탄에
모택동은 한국전쟁을 더 이상 지속할 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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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팜탄은 3,000도의 고열을 내면서
군사시설과 인근 일대를 불바다로 만드는 위력을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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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바다 범위 안에 들면, 들이나 논에서 작업하던 중공군들은
선채로 까만 숯검정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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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말기, 원자탄에 일본이 항복했듯이,
6.25 는 UN군 네이팜탄에 중공군이 두 손 든 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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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황 뉴스는 지방에서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용호 남매는 1.4 후퇴 이후,
용인 아버지 처가에 의탁하고 있으면서,
전쟁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 신경을 곤두세우며 불안한 3개월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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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 아버지 판단은 옳았다.
"중공군이 저렇게 파죽음이 되어 후퇴한다는 것은,
더 이상은 전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걸 말하는 거다..
빨리 서을 올라가는 게 유리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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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구하기 어려웠던,
한강 도강증(渡江證)을 군청에서 구해,
어린 애들과 아내는 처가에  그대로 두고,
용호 남매만 데리고,
수원에서, 미군장병들과 함께,
기차 화물차 지붕 위에 올라타고,
그립지만 잿더미로 변한 서울에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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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설경 - 전남담양

용호 아버지는 파괴된 서을 상가 재건 팀에 참여,
아직 장사가 될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서울에서,
힘들게 뛴 보람 있어,
1953년 8월 15일, 부산에서 정부 환도 후에는,
남대문에서 전처럼 가방가게를 다시 운영하기 시작했다.
환경정리에 필요한 가방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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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용희는 정릉 외할머니에게로 가서 학교 다니고,
아버지는 시골에서 젊은 아내와 아이들도 데려와,
가정이 전처럼 자리가 잡혀 옛날의 안정을 되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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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는 학교 선배의 애석한 죽음으로,
한 동안 깊은 고뇌에 빠져 있었으나,
조금씩 그 충격에서 벗어나,
학업에 전념, 대학 관문을 무난히 통과,
2학년 올라가면서 자원입대,
지프와 대형트럭운전병으로 36개월 군 복무기간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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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후 대학 복교, 졸업반에서 취직시험은
종합병원과 신문사 수습기자에 합격,
그는 종합병원 쪽을 택해,
처음으로 아버지 집을 떠나, 하숙생활하며 독립을 몸에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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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 전남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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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직장을 확보하기까지,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달려온 젊은이 진용호,
그는 벌써 노총각 소리 듣는, 30이 머지 않은 20대 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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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용호가 다닌 중학과 대학은 명문교들,
거기에 안정된 직장에 안착,
그것만으로도 그는 가는 곳마다 선망의 시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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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용호 자신은 학벌이나 직장이,
인품의 그릇이나 학문적인 실력을 의미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은 창의력이 부족하며,
세상 바라보는 시야도 인간을 관찰하는 안목도
정확하지 못하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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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정해주는 범위만
열심히 복습하고 예습하면,  누구나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나,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일은 그렇게 학교수업처럼 단순하지 않을 것이기에
용호는 자기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 예감으로
새로운 직장에 다니면서도 마음이 밝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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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군대생활을 경험하면서,
이 세상에 제일 쉬운 것은 학교 수업이며
가장 어려운 일은 많은 사람을 만나,
그때그때 독자적으로 책임있는 판단을 내려야 하는
사회생활, 직장활동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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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 경북구미선주원남동봉화산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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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 얘기를 할 필요도 없었다.
가까운 예로, 그렇게 관심이 많아지는 여자에 관해서도 완전 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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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중학 동창 친구들과 회식자리에서 만났을 때도,
한 친구가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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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야, 넌 아직도 숫총각이지?
야, 사내라면 알 건 알아야 하는 거야.
이 담에 결혼한 여자한테 갈쳐달라고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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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만 잘한다고 다 되는 건 아냐.
공부 외에도 배워야 할 게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침대 위에서 여자 하나는 리드할 줄 알아야 사내라고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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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친구는 지나가는 가벼운 농담이었으나,
그게 사실이었으므로 용호는 속으로 뜨끔했다.
정말이다, 나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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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리드할 줄도 몰라?
용호는 지존심이 구겨지며,
여자에 무능한 자신이 진짜 창피스러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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