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석손님 (18) - 감질나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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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손님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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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질나는 사랑
 
진용호는 종로 5가 충신동 하숙에 수란과 함께 돌아오면서도
그녀에 관해서 두 가지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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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가 보기에, 수란은 중학중퇴의,
무식하여,
주방 일이나 할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아까 다방에서 말하는 사이사이 
그녀의 지성적인 모습이 내비쳤다.
그녀의 표현에는,
고뇌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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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심부름 할 때 공부할 기회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으나,
결혼 생활도 불행했다면서, 어떻게 20대 시간을 보냈을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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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그녀에게 말할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수란 씨가 나보다 연상이라고 해야, 겨우 세 살 위야.
지금은 결혼에 일반적으로 남자가 몇 살 위지만,
집안 할머니 세대는 아내가 남편보다 나이가
보통 서너 살 위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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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도  아버지보다 한 살 위였어.
한 살 위나 세 살 위나 그게 그거지 별 차이 없어.
문제는 수란 씨에게 아이가 있다는 거야.
아이가 있다는 게 총각과의 혼인 조건으로
우리나라 사회통념상으로는 걸림돌이 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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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뷰녀룰 사귄 것도 아닌데,
당사자들끼리 아무리 서로 좋아한다고 해도,
여자 측이 혼인 경험이 있고 자식까지  있으면, 노….
그러나 입장이 반대로 자식 있는 남자라면,
얼마든지 미혼녀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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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균형은 경제력에 의해 좌우된 거겠지,
더구나 남편 된 남자가 첫날밤부터, 왜 피가 안나왔느냐,
너 혼전에 사귄 남자가 누구냐,
그렇게 종주 목을 대며 여자를 들볶았다니,
그런 야만행위를 당하며
그녀가 얼마나 외롭고 괴로움을 느꼈을까….
그녀의 그런 고통이 용호는 바로 자신의 아픔처럼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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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할 곳 없는 저 가엾은 사람을
사랑으로 도와줄 사람은 나 외에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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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버지도 나의 수란 씨와의 관계를 알면 펄 펄 뛰시겠지,
외할머니도 안 된다 하실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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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더 잘 생각해보기로 하고,
용호는 하숙집 근처 과일상점에서 과일을 사서
고모에게 드리라고 수란에게 전하고
자신의 몫으로도 조금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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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란과 더 얘기하고 싶은 미진함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하숙방 이불 속으로 유혹할 의향은 전혀 없었다.
양심을 걸고 말하겠는데,
오늘밤도 그녀와 속삭이겠다는 욕심은물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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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한테 이 과일 갖다 드리고 조금 후에
아저씨 방으로 갈 께요."
수란은 자연스럽게 말을 하면서 하숙집 안 채로 들어갔다.
그녀는 용호가 자기에 관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도 못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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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보기 좋은 그녀 뒷모습을
자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용호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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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면서 또 자문자답….
너는 그녀의 신상에 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 오늘 밤 그녀가 네 방에 오기를
바라는 것이지, 다른 뜻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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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란이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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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이거 고모가 주셨어요, 귤 고맙다고 하시면서,
웬 비싼 귤을 이렇게 많이 사들여 보냈느냐고요. ."
그리고 그녀는 대추와 삶은 밤을 쟁반에 많이 들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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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후…, 아저씨, 고모가 뭐라는지 아세요?
우리 조카딸이 바람이 단단히 들었다고요.
늘 나를 불쌍하다고 그러셨거든요.
그 동안 몇 군데서 혼담이 들어왔어도
내가 응하지 않았던 걸 알고 있거든요.
내가 시원찮은데 좋은 상대를 만날 리가 있겠어요?
그러니까 거절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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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아저씨하고 이렇게 단 둘이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순간이 분에 넘치는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올라가지 못할 나무거든요. 아저씨,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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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과 삶은 밤을 번갈아가며 까서 하나씩 남자 입에 넣어주면서
수란은 그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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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용호가,
수란과 함께 이불 속에 들어가지 않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은, 
수란과 둘이 있게  되자,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수란의 신상에 관해,
자세히 들어본다는 것도 다음으로 다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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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는 흥분하여, 수란을 가슴에 꼭 껴안고 그녀 입술을 빨면서,
급히 서둘러 응석 섞어 졸랐다.
"수란씨, 자기야, 우리 얼른 이불 펴자, 응? 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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