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 ‘박근혜 X-파일’ 제작함/ 이명박 정권, 박근혜 견제 위해 X-파일 활용說


 
노무현 정권, ‘박근혜 X-파일’ 제작 이명박 정권, 박근혜 견제 위해 X-파일 활용說
  
 
● “盧 국정원 박근혜TF에서 2004·2007년 작성, 100쪽 분량”
● 박근혜 파일 일부(부동산 문건) 확인
● “MB 국정원, 박근혜TF 조사 통해 박근혜 파일 입수”
● “총선 후 위상 높아진 박근혜 견제용?”
● MB 측, 박근혜 파일 불법 활용 전력
● 국정원 “이명박TF도 조사 중…개혁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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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의 사정기관이 박근혜 전 대표 주변 인물인 고 최태민 목사 딸과 사위의 20여 년치 부동산 거래·보유 기록을 조회하여 작성한 박근혜 X-파일 일부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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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측은 4월7일 “지난 대통령선거 기간의 불미스러운 일들을 자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김성호 신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노무현 정권 당시 국정원 내부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뒷조사를 위한 이명박TF와 박근혜TF가 존재했는지 여부, 이들 TF에서 각각 이명박 X-파일과 박근혜 X-파일을 제작해 유출했는지 여부, BBK 사건과 관련한 김경준씨 기획입국 의혹의 실체 등이 조사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의 이런 움직임은 ‘중앙일보’가 4월6일 “국정원이 이명박·박근혜TF팀의 존재 및 두 사람 관련 문건의 유출 등에 대해 감찰조사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알려졌고 이어 다수 언론의 후속 검증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국정원 측도 이들 언론보도 내용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국정원의 이번 조사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국정원의 정치사찰 의혹 및 각종 고소고발 사건 등 국민적 관심 사안을 규명하고 바로잡자”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조사 대상에 ‘이명박TF’ 외에 이른바 ‘박근혜TF’도 포함되어 있는 것과 관련, 일각에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명박TF’의 경우 대선 기간 선거의 중요한 쟁점이 됐고 그와 관련된 여러 고소고발 사건이 진행 중인 만큼 대선 이후 실체 규명의 대상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면, 박근혜TF는 “박근혜TF가 뭐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생소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박근혜TF건은 지난 대선의 쟁점이 되지 않았고 고소고발건도 없었다. 한 중앙일간지의 경우 2007년 대선 기사에서 ‘국정원 이명박TF’라는 용어가 실린 기사는 300~400건에 이르지만 ‘국정원 박근혜TF’라는 용어가 실린 기사는 한 건도 없었다.
이에 따라 4·9 총선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번 국정원 내사가 어떠한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노무현 정권 시절 국정원 내에 박근혜TF가 실제로 있었는지, 있었다면 박근혜TF를 중심으로 뒷조사해 제작한 박근혜 X-파일이 무엇인지,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은 왜 이 시점에 박근혜TF를 조사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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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뒷조사’ 개시
사정기관 관계자 A씨는 “박근혜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로 재선출된 2004년 7월 무렵 노무현 정권의 국정원에서 박근혜TF 성격의 움직임이 처음으로 형성됐다. 이후 수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박 전 대표에 대한 뒷조사가 이뤄졌다. 정수장학회, 고(故) 최태민 목사, 신기수 전 경남기업 회장 관련 부분 등 다방면에 걸쳐 정보가 수집됐다”고 증언했다.
2004년 7월19일 박근혜 의원은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원희룡, 김영선, 이강두, 이규택 의원이 뒤를 이어 최고위원이 됐다. 3개월여 전인 같은 해 4월 박근혜 대표 체제로 한나라당이 총선을 치르고 난 뒤 제2기 박근혜 체제가 출범한 것이다.
‘박근혜 조사가 왜 2004년 7월경 이뤄졌는가’에 대해 A씨는 “당시는 박 전 대표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선전(善戰)을 이끈 데 이어 한나라당 대표로 재선됨으로써 가장 강력한 야권 주자로 부상했고 박 대표의 저항에 막혀 여권은 지지율 폭락의 위기를 맞던 시점이었다. 박 대표에 대한 뒷조사의 필요성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무렵 여론조사기관 TNS의 조사에 따르면 야당 대선주자 호감도에서 박근혜 당시 대표는 52.7%를 기록,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17.0%)과 손학규 당시 경기지사(14.9%)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었다. 전체 여야 대선 주자 선호도에선 범여권 주자인 고건 전 총리(60.0%)가 1위였고 강금실 전 장관(47.3%)과 박근혜 당시 대표(46.5%)가 근소한 격차로 2, 3위에 올라 있었다(리서치플러스 조사).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4월 총선에서 승리한 직후부터 박근혜 체제의 한나라당과 이념공방을 벌였다. 이는 이후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의 4대 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격화됐다.
그런데 2004년 4~7월 여론 선전전(戰)에서 열린우리당은 박근혜 대표에게 확연히 밀렸다. 4월 총선 때 정점에 도달한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7월 들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4·15 총선 당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6~7월 사이 급격히 하락, 열린우리당은 이제 한나라당과 선두 다툼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내일신문’ 2004년 7월22일자)
이처럼 7월 들어 여권의 위기감이 극대화한 가운데 박근혜 당시 대표는 7월22일 “정부가 국가정체성을 흔드는 상황이 계속되면 야당이 전면전을 선포해야 할 날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여권에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이 정부가 경제를 살려낼 능력이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 간첩이 군사령관을 취조하는 나라면 볼장 다 본 것 아니냐.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건도 군대는 나라를 제대로 지켰다. 나라가 너무 이상하게 가고 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간첩과 빨치산을 민주화 인사로 판정했는데 대통령이 경고 한 번 하지 않고 있다.”(박근혜 당시 대표 발언)
A씨에 따르면 국정원 조사 시점과 여권이 ‘박근혜 개인’을 타깃으로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 시점은 바로 이 시기로 일치한다. 열린우리당은 7월28일 ‘정수장학회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열린우리당 측은 “박근혜 대표의 선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 측이 과거 김지태씨로부터 부일장학회를 강압적으로 빼앗아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5·16장학회를 만들었으므로 박 대표는 정수장학회를 내놓으라”고 공세를 폈다. 당시 일부 언론은 “여권은 이미 정수장학회에 대한 사전조사도 상당 수준 진행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TF는 없지만 ‘TF 기능’은 있다”
국정원의 특정 직원들이 박근혜 전 대표 주변을 내사한 것을 두고 박근혜TF 활동으로 단정하기에는 애매한 점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 B씨는 “2004년 국정원의 몇몇 직원이 박근혜 대표 관련 의혹들을 조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중 일부 직원은 정치인 사찰 논란을 우려해 중도에 덮었고, 다른 일부 직원은 끝까지 갔다. 이들을 ‘박근혜TF’라고 묶는 것은 무리다. 이명박TF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지난 대선 기간 국정원 측은 “부정부패TF 실무 직원이 부정부패 방지 차원에서 이명박 전 시장 측 인사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적은 있지만 이명박TF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정황에 대해 다른 해석도 있다. 정치인 사찰은 은밀하게 진행해야 하는 측면 때문에 특정인TF를 공식적으로 두지는 않는다고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형식적 기구의 유무가 아니라 ‘실제 동원된 인력 수, 조사의 심층성, 지휘 계통’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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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 관련 의혹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해호씨가 2007년 7월19일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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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기관 관계자 C씨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의 경우 부정부패TF 등 여러 부서에서 선별된 몇몇 직원이 자신의 업무범위 내에서 이 대통령 관련 사안을 조사한 뒤 이들 각각의 조사 내용을 한 곳으로 보내면 이곳에서 총괄 수집·정리해 지휘계통에 따라 상부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안다. 이 경우 이명박TF라는 명시적 기구는 존재하지 않지만 사실상 TF(Task Force·특수한 편제에 의한 특수한 임무 수행) 기능이 수행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측은 이명박 대통령 주변 인물 93명의 개인정보를 총 406차례 조회한 것으로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는데, 이 같은 방대한 조회 사실은 특정부서 실무자 1인의 행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특정인 뒷조사라는 특수 목적을 위해 복수의 부서와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비공식적 방식으로 동원됐을 개연성을 높여준다. 대선 당시 K 단장 산하 2, 3개 팀에서 일부 직원이 이 대통령을 집중 조사했고 그 보고선상에 차장급이 있었다는 얘기도 국정원 주변에서 나왔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조사도 명시적으로 TF를 두지는 않는 방식으로 수행됐다”는 게 C씨의 견해다.

실체 드러낸 노 정권 박근혜 파일
C씨는 “사실상 박근혜TF 기능을 수행하는 일부 직원에 의해 2004년 박근혜 보고서(X-파일)가 제작됐다. 2007년 대선 시점을 포함해 두어 차례 박근혜 보고서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보고서는 박 전 대표 및 그 주변 인물과 관련된 여러 의혹의 요지를 앞쪽에 서술하고 뒤쪽에는 그 근거자료를 첨부하는 양식으로, 분량은 100쪽 정도라고 한다. 옛 중앙정보부나 안기부 시절의 기록, 새로이 정부 전산망에 접속해 확보한 개인 정보가 함께 수합되어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X-파일이 국정원 직원에 의해 작성됐다고 하더라도 보안 문제 등의 이유로 국정원 외부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일부 사정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측이 박근혜 전 대표 주변 정보를 수집했다는 객관적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국정원 내부에서 작성된 박근혜 보고서가 정치권으로 유출됐다는 증언도 최근 나왔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2004년 10~11월경 시내 모처에서 국정원의 박근혜 보고서가 여권 인사에게 건네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외부, 특히 정치권으로 유출됐다는 박근혜 파일이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까지 확산됐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노무현 정권 시절 모 사정기관 측이 정부 전산망에 접근해 박근혜 전 대표 측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고 최태민 목사의 딸과 사위의 부동산 정보를 조회해 정리한 문건이 ‘신동아’에 들어왔다. 이 문건은 노무현 정권의 사정기관이 박근혜 전 대표를 뒷조사했다는 물증이며 노무현 정권이 제작한 박근혜 파일의 일부였다.
박근혜 전 대표와 고 최태민 목사의 관계는 지난 대선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한나라당 경선 당시엔 여권 대선 주자이던 이해찬 전 총리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게시된 이른바 ‘최태민 보고서’가 논란이 됐다.
1970년대 말 제작되어 1987년경 재편집된 것으로 알려진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76년 말 최 목사는 대한구국선교단(이후 새마음봉사단으로 개칭)을 설립했는데, 당시 퍼스트레이디 활동을 하던 박근혜 전 대표는 이 단체의 명예총재였다고 한다. 보고서는 최 목사에 대해 이 봉사단체를 운영하면서 부정축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최 목사가 자신의 딸과 사위(정모씨) 부부에게 거액의 재산을 남겼고 이들 최 목사의 딸 부부는 박 전 대표의 측근으로 활동하며 박 전 대표를 도왔다는 의혹이 대선과정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1980년 최 목사를 수사했던 이학봉 당시 보안사령부 처장은 ‘신동아’ 2007년 6월호 인터뷰에서 “합수부에서 최태민 목사를 조사했다. 그를 강원도로 보내 활동하지 못하도록 했다. 최태민씨는 조용하게 자숙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강원도에 그리 오래 두지는 않았다. 최 목사의 구체적 비리 혐의는 기억나는 것이 없고, 그가 기업체로부터 돈을 뜯어낸 것으로 확인된 게 얼마나 되는지…별로 없었던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표 연루 의혹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최 목사 의혹에 대해선 사실로 확인된 것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최 목사의 딸 부부 측은 재산 문제와 관련 “유치원 운영이 잘되어 강남에 부동산을 보유하게 됐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최 목사의 사위 정모씨는 2002년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할 때 박 전 대표를 도와 정당 활동을 했다. 그러나 최근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근황을 잘 알지 못한다. 대선 때 왕래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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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호씨의 박근혜 폭로 기자회견문을 작성한 혐의로 이명박 후보 캠프 정책특보 임해규씨가 2007년 8월6일 구속 수감되고 있다.

20여 년간 부동산 50여 건 조사
노무현 정권의 사정기관이 제작한 문건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20여년간 고 최태민 목사(1994년 작고)의 딸과 사위가 매매·증여 등의 거래를 했거나 보유하고 있는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내역을 항목별로 정리한 내용이었다. 문건에 기재된 거래 및 보유 건수는 50여건이고 총 금액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수백억원대였다. 부동산 소재지의 등기부 등본, 폐쇄 등기부 등본을 떼 비교해본 결과 문건 내용은 등본 내용과 상당부분 부합했다.
문건에 따르면 최 목사의 딸은 27세 때인 1983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지 149.10㎡를 매입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최 목사의 딸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신사동 두 필지는 시가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는 29세이던 1985년 9월 이 중 한 필지를 임모씨와 공동매입한 뒤 2년 뒤 임씨 지분을 사들였고 32세이던 1988년 7월 다른 한 필지도 공동매입한 뒤 같은 해 12월 지분을 사들였다.
최 목사의 부인인 임모 씨 명의로 1985년 매입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두 필지 총 302.22㎡는 1995년 최 목사의 딸과 사위 앞으로 증여된 것으로 돼 있었다. 최 목사의 딸과 사위는 이들 역삼동 두 필지를 2002년 3월, 2002년 9월 각각 매도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이 문건은 노무현 정권의 사정기관이 최 목사 딸과 사위의 ‘부동산 구입자금 출처’ 및 ‘부동산 매각 대금 사용처’를 추적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사정기관이 아니고서는 유력 대선주자와 관련된 특정인의 수십년치 부동산 거래 내역 수십건을 뽑아낼 수 없다”고 했다.
선거 과정의 네거티브, 그리고 국정원의 정치사찰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 측은 단호한 척결 의지를 표명해왔다.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 네거티브와 정치사찰의 피해자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의 이명박TF, 박근혜TF 조사도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을 차단하는 계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국정원 조사는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사정기관과 정치권 일각에 따르면 ‘박근혜TF’와 ‘박근혜 X-파일’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A씨는 “이명박 정권이 박근혜TF를 조사한다는 것은, 그 과정에서 박근혜 X-파일도 함께 입수하겠다는 것과 사실상 같은 의미”라고 말했다. 국정원의 조사 대상은 박근혜TF의 활동 내역과 문서 유출 의혹인데, 문서 유출 문제는 우선 어떤 내용의 문서가 작성됐는지 알아야 규명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정권이 수집해놓은 박근혜 X-파일이 추후 ‘박근혜 견제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런 의문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협력과 갈등을 반복하는 현재의 정치 지형과 연결되어 있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명박계에 의한 ‘박근혜계 몰살’ 논란이 일었고 총선 이후에도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의원들의 한나라당 입당 문제를 둘러싸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대립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4월13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뒤 ‘친박’은 있을지 몰라도 ‘친이’는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 친이-친박의 대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 전 대표 측이 향후 여권 내부의 이명박 대통령 견제세력이 되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국정원, 벌집 건드렸다”
특히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 측은 국정원에서 유출된 것으로 의심받은 박근혜 파일을 불법적으로 활용한 전력(前歷)이 있다. 한나라당 경선이 진행되던 2007년 6월 이명박 후보 캠프 정책특보인 임현규씨는 박근혜 의혹이 담긴 문건을 김해호씨에게 전달했고 김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전 대표가 영남대 이사장 재직 당시 경남기업 신기수 전 회장으로부터 이 대학 강당 신축공사를 발주해준 대가로 성북동 자택을 무상으로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 기자회견으로 인해 임씨와 김씨는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측은 “이명박 후보 캠프 측에서 김해호씨에게 준 박근혜 후보 관련 문건은 국정원으로부터 건네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씨와 김씨는 대선 후인 지난해 12월21일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나라당 경선 당시 검찰은 임현규씨 외에 이명박 대통령 측근 의원의 보좌관 김모씨도 박근혜 파일 및 김해호씨 불법 기자회견에 관련돼 있다는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김 보좌관을 소환했으나 김 보좌관은 이에 응하지 않은 채 4월 현재까지 도피 중이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 측에 대해서는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은 피의자를 붙잡지도 않고 수사를 미적거리고 있다. 대선 이후 새로운 권력에 대한 눈치 보기”라는 보도(‘국민일보’ 2008년 1월13일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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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권 인사는 “이명박 캠프 측 김모 보좌관의 ‘국정원 박근혜 파일’ 연루혐의야말로 이명박계엔 ‘벌집’이다. 국정원 측이 박근혜TF를 수사하겠다고 나선 건 잠잠하던 이 벌집을 스스로 건드린 일”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이 박근혜TF를 본격 수사하면 “국정원 박근혜 파일이 이명박 측으로 유출된 혐의도 수사하라”는 여론을 일으킨다는 얘기였다.
다른 여권 인사는 “정치적 중립 유지라는 정무(政務)적 판단을 제대로 한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총선 후 이명박 대통령 측은 계파 구분 없이 포용 정치, 경제 살리기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말해놓고는 국정원 측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박근혜 뒷조사’ 조사에 나서는 모양새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만복 원장이 메모 써줬다”
지난해 대선 당시 일부 언론은 “국정원 직원 박모씨가 국정원에서 ‘최태민 보고서’ 등 박근혜 전 대표 관련 문건을 유출한 혐의가 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 측은 박씨의 자동차와 자택에서 최태민 보고서와 국정원 기밀 문건을 무더기로 발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박근혜 후보 캠프 측은 기자회견을 열어 “박씨가 국정원에서 유출한 박근혜 전 대표 관련 기밀문건을 이명박 후보 캠프에 전했고 이 후보 측 인사가 이를 김해호씨에게 줘 김씨가 불법 기자회견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한 일간지 2007년 8월8일자 기사는 “박근혜 후보 측은 박씨를 이명박 후보 캠프와 국정원 간 정치공작의 연계 고리로 지목했다”고 했다.
국정원은 자체 감찰을 벌여 지난해 11월쯤 박씨를 파면했다. 파면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박씨는 파면이 부당하다며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행정심판 결과 박씨의 파면은 해임으로 경감됐다. 박씨는 서울행정법원에 해임취소 소송을 냈다.
박씨의 소장에 따르면 국정원 측이 제시한 박씨의 파면 사유는 한나라당 전·현직 의원과 승인 없이 접촉한 점, 한나라당 전·현직 의원에게 정치인 동향 등 업무상 취득한 사항을 누설하고 정치자금 알선의사를 표명한 점 등이었다.
즉, 언론과 정치권의 집중적인 문제 제기로 대선 이슈가 된 바 있던 박씨의 핵심 혐의(최태민 보고서 유출)에 대해 소속 기관인 국정원은 그 증거를 찾지 못했으며 파면 사유로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국정원의 이 같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선 당시 “국정원 측은 박씨의 차와 집에서 최태민 보고서를 발견했다”고 한 언론 보도 역시 근거를 잃게 되는 셈이다.
박씨는 소장에서 “국정원 측이 제시한 파면의 근거가 미약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씨는 사전 승인 없이 한나라당 전·현직 의원과 접촉한 점에 대해선 “접촉 사실을 늦게 신고해 내부 규정을 어긴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경미한 규정 위반으로 해임 처분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전·현직 의원에게 정치인 동향 등 업무상 취득 정보를 누설하고 정치자금 알선의사를 표명한 점에 대해선 박씨는 “한나라당 전·현직 의원에게 말한 얘기는 ‘OOO 의원이 개명을 했다’ ‘OOO 전 의원의 동생이 중국 신발공장에 투자했다’ 정도였다. 검찰 조사 결과 ‘업무상 취득 정보를 누설해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어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식사 자리에서 한나라당 한 의원이 ‘서울에 혼자 올라와 있어 지내기 외롭다’고 하길래 ‘사업하는 후배들을 소개시켜주겠다’고 말한 사실은 있다. 이는 예의 차원에서 한 이야기일 뿐 정치자금을 알선하겠다는 의사표시는 아니고, 실제로 후배들을 소개시켜 준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파일 유출자 따로 있다”
박씨는 자신의 승용차 등에서 국정원 문건이 나온 것에 대해선 “정치인 관련 문건은 없다”고 했다. 소장에는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에 대비하라는 연락을 받고 국정원 외부 장소에 보관해두기 위해 16종 30여 권 분량의 문건을 승용차 트렁크에 옮겨 실어둔 것이다. 이는 원고(박씨)가 작성한 지하경제 관련 부정부패TF 보고서였다”고 돼 있다.
박씨는 소장에서 자신의 파면에 대해 “피고(김만복 원장)가 원고(박씨)를 희생양으로 삼아 조직적 정치사찰에 관여한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하고자 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후보 측이 문건 유출자로 원고(박씨)를 잘못 지목하자 당시 국정원 지도부는 원고(박씨)를 희생시켜 소위 ‘도마뱀 꼬리 자르듯’ 국민적 의혹으로부터 빠져나가려는 저의가 있었던 것 아닌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국정원 일각에서는 지난해 김만복 원장이 박씨에게 박근혜 문건 유출 건과 관련하여 메모를 써줬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어 박씨는 노무현 정권 시절 국정원 측이 제작한 박근혜 X-파일이 자신이 아닌 제3의 인물에 의해 외부에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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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TF의 수사 가치
국정원은 이명박TF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고 했다. 이명박 후보 측은 대선 당시 “노무현 정권이 이명박 후보를 뒷조사하는 등 이른바 ‘이명박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대선 이후에도 이명박 대통령 측은 “우리는 노 정권에 의해 실행된 ‘이명박 죽이기’의 희생자”라고 강조해왔다. 한나라당 측도 “실체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출범 초 이미 국정원 측은 이명박 TF 활동 내역을 어느 정도 규명했고, 이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정원 고위 간부들도 가려냈다고 한다. ‘조선일보’ 2008년 3월22일자는 “정부 당국자는 ‘2005년부터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뒷조사를 하는 등 사실상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국정원 1급 3명은 대기발령 상태’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수사와 실체규명은 피해자의 억울한 사정을 밝혀주고 피해를 보전해주기 위함이다. 이명박TF 건의 경우 이명박 후보 측이 ‘이명박 죽이기’의 피해자 자격이 된다. 그런데 ‘이명박 죽이기’에 대해 최근 들어 냉정한 해석이 내려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국정원 정치사찰의 피해자가 된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한나라당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측은 ‘득표 전략’ 차원에서 자신이 정치사찰의 피해자라는 점을 적극 확산시켜 커다란 수혜를 본 정황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경선 중반 이명박 후보 측이 전력을 다해 부각한 ‘이명박 죽이기’ 이슈는 박근혜 후보의 ‘이명박 검증’ 이슈를 희석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경선 당시인 지난해 7월18일 박근혜 후보 캠프의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국정원 이명박TF가 이명박 후보의 백기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측 일부 인사는 ‘이명박 죽이기’ 이슈를 띄우기 위해 ‘인터넷 댓글 조작’이라는 불법적 수단까지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위원장으로 있던 서울 모 지역 한나라당 당원협의회 소속 S씨(37)는 경선 당시 여대생 12명을 시켜 유명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30개 정치기사에 9717개의 댓글을 달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S씨의 지시를 받은 한 아르바이트생은 ‘국정원TF 이명박 뒷조사 시인’과 같은 기사에 290건의 댓글을 집중적으로 달아 ‘일자별 최다 의견 뉴스’ 항목에서 이 기사를 9위로 끌어올렸다고 한다.

“언제 조사해달라 했나?”
국정원의 박근혜TF 조사에 대해 박근혜계인 이정현 국회의원 당선자는 “국정원 측이 박근혜 전 대표 관련 부분을 조사하겠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도 된다. 무엇을 더 파헤치려 하는지 모르겠지만…”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국회 전문위원을 지낸 한 야권 인사는 “피해 당사자 격인 박근혜 전 대표가 언제 조사해달라고 했나?”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이 인사는 “이명박 정권은 김모 보좌관을 붙잡아 ‘이명박계의 국정원 박근혜 파일 연루 의혹’을 먼저 파헤쳐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쏙 빼놓고 있다. 현 야당엔 ‘공작정치세력’으로 몰아 직접적 타격을 주고, 박근혜 측에 대해서는 향후 여권 내부 권력투쟁에 대비한 ‘견제용’으로 쓰겠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국정원은 ‘이명박 X-파일’ 내용도 전부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8대 국회나 제3의 수사기관이 이명박TF와 박근혜TF를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원 한 관계자는 ‘이명박TF와 박근혜TF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임 원장 시절 이미 조사한 사안이라고는 하지만 발표 내용(특정 정치인의 뒤를 캐는 조사는 없었다)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아 새 원장이 취임한 후 실체 규명을 위해 재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TF도 조사하는 것에 대해선 “대선 당시 박 전 대표 자료가 저쪽(현 야당)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었기 때문에”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TF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TF가 제작한 특정 정치인 문건의 내용도 다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면서 “내용을 알아야 문건 작성이 정상적 업무였는지 정치공작이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노무현 정권이 비밀리에 제작한 박근혜 X-파일을 이명박 정권이 박근혜TF 조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악해 향후 ‘박근혜 견제용’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설(說)이 있다”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정치 사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함이고 그 취지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 다른 관계자는 “박근혜TF 조사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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