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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위안부 피해에 대해 사죄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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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明仁) 일왕을 “전쟁범죄 주범의 아들”이라고 칭했고,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나 곧 퇴위하는 일왕이 고령이 된 위안부 피해자의 손을 잡고 진정 미안했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 의장의 발언으로 인해 일본 정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총리와 관방장관 등이 모두 나서 문 국회의장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문 의장은 13일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사실상 일본 측의 사과를 거부했다. 그런데 문 의장의 최근 일본에 대한 언행에 대해 국내 일본 전문가들은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실망스럽고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세종연구소장을 지낸 일본 전문가인 진창수(보수 성향) 12일 ‘스푸트니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상징권력 일왕을 정치 대상으로 끌어들인 점이 일본인들 분노의 핵심’이라고 밟히며, 문 의장이 정말로 일본인들의 반발을 원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 주려면 지금이라도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 한일관계를 조속히 해결하자는 의도였지만, 일본인들에게 천황이 어떤 존재인지 사려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말했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자세를 보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조진구(진보 성향) 교수는 13일 ‘스푸트니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국회의장이 한일간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일관계를 중시하는 문 의장 이번 발언은 안타까울 뿐”이라며, 대동아 전쟁 당시 히로히토(裕仁) 천황은 최고의 군 통수권자였기 때문에 식민통치에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도쿄재판에서 천황이 단죄되지 않았고, 현 아키히토 일왕은 즉위 후 참회의 의미로 과거 전쟁과 식민지 지배로 피해를 입은 중국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민감한 한일관계 때문에 한국은 방문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일본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왕의 사죄’를 촉구한 발언과 관련, 일본 정부에는 사죄할 책임이 있지만 현재의 아키히토 일왕은 사죄할 권한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상에서 보듯이 문 의장의 발언에 대해 ‘실망스럽고 우려스럽다’는 대내외 주장들의 논거인즉, 일왕은 정치적 대상이 아닌 상징적인 인물이니 ‘일본인의 정서’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과 일왕은 도교 재판에서 단죄되지 않았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한국 방문을 할 수 없어’ 사죄를 못 했다는 것인 듯하다. 참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괴변이 아닐 수 없다. 손은 안으로 굽고, 가제는 게 편이듯 일본 공산당 위원장은 일본인이니 일왕의 상징성을 내세워 사죄의 불가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제 만행의 후유증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위 일본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일본인처럼 일왕에 면죄부를 주는 듯한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정치적 대상’의 유무를 떠나 일왕은 문 의장의 말대로 ‘전쟁범죄 주범의 아들’이다. 아키히토는 전쟁범죄 주범 히로히토의 지위를 물려받아 일왕이 됐으므로 당연히 아버지 히로히토의 지위와 더불어 책임도 물려받아야 한다. 따라서 현 일왕 아키히토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함이 마땅하고 사죄할 책임이 있다. 일왕이 ‘정치적 대상’이 아님을 내세워 ‘사죄의 대상’이 아님을 주장하는 것은 일본인들이 신성시하는 왕을 보호하고 면죄부를 주려는 교활한 술수에 불과하다. 헌데 일본인도 아닌 우리 한국인이 일왕에 면죄부를 주는 듯한 시각은 크게 잘못된 판단이라 하겠다. 역사를 바로 잡는데 ‘정서’가 왜 필요한 것이며, 왜 우리가 ‘일본인의 정서’를 고려해야 하는지 국내 일본 전문가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일왕이 단죄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사과할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엔 가서 사죄하지 않았는가? 당시에 사정상 한국에 와서 사죄를 못했다면 늦었지만 이제라도 와서 사죄하는 것이 당연지사요 도리요 순리라 하겠다. 지금 일본은 독도강탈행위(어제 22일에도 ‘다케시마 날’이라며 침략적 광란의 망나니 칼춤을 춤)와 역사왜곡에 혈안이 되어 군비확장과 군사대국화로 치닫고 있다. 오늘날 일본은 정상국가가 아니라 다시금 세계평화를 해치려는 음모만을 획책하는 범죄 집단에 불과하다. 한낱 범죄 집단에 불과한 일본의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니 국내 일본 전문가는 과연 어느 나라의 국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00여 년 전 을사늑탈과 경술국치 당시에도 지식인들과 위정자들은 오늘의 ‘국내 일본 전문가’와 같은 괴변을 앵무새처럼 노래했으리라. Com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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