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눈물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눈물 
 
어김없이 새벽 5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으로 나오니 봄비가 처량하게 내리고 있었다. 땅위의 신록이 돋기 위해서는 봄비가 내려야 한다.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들을 위해서도 봄비는 내려야 한다. 그런데 이 새벽에 내리는 봄비를 망연히 바라보며 나는 농부들 생각에 앞서 엊그제 참담함 심정으로 개성공단에서 짐을 싸들고 내려온 중소기업인들의 심정을 생각 한다. 아마 나처럼 새벽에 일어나 내리는 봄비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기업인들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인정머리가 없다면 어찌 올바른 인간이라 할 수 있으랴. 나는 60평생 인정머리 없는 인간들, 앉은자리에 풀 안 나는 인간들 하고는 말을 섞지 않고 상종도 하지 않으며 살아 왔다. 
 
 
서양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넘어진 자(者)를 발로 걷어차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It's a human nature to kick a fallen man.) 
 
본의 아닌 홀아비 신세가 되어 이제나 저제나 근로자들이 출근하여 공장이 다시 힘차게 돌아 갈 날 만을 기다리던 기업인들이 평생 쌓아 올린 사업장을 떠나는 심정의 백분의 일 만이라도 헤아린다면; 
'잘 됐다! 개성공단 폐쇄해라!' 같은 악담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불난 집에다 대고 차라리 이참에 휘발유를 들이 부으라는 악담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정치와 이념과 분단을 넘어 생존의 사업장이다.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베트남에 있는 공장이나, 중국에 있는 공장이나, 개성에 있는 공장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인건비가 더 싸고, 의사 소통이 되는 이점에다 대한민국을 기점으로 물류비가 더 싸게 먹힌다는 조건 때문에 지난 십년간 개성에서 사업을 일구고 열심히 조업을 해 온 것 뿐이다. 이왕이면 우리민족끼리 라던가, 남북 화해교류 협력 따위의 정치적 문제는 그들에게 사업조건의 우선순위가 아닌 것이다. 
 
따져보고 말 것도 없이 수십억, 수 백 억 원의 제조업을 세워서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재벌 집 형제들끼리 간단하게 기업을 세워서 서로 서로 사업을 밀어주고 끌어주다가 매출이 급신장 하고 신생 기업의 덩치가 커지면 상장 시켜 주식 시세대로 천문학적 재산을 축척하는 식의 눈 감고도 하는 사업하고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기업을 일구어낸 중소 기업인들의 피눈물 나는 평생의 노력은 함부로 필설 할 일도 아니다. 누가 그 속을 안다고 함부로 말 할 것인가? 
 
승용차 안팎에다가 짐을 싣고 이고 엮어서 싸들고 귀경하는 기업인들의 심정에 일말의 동정심이라도 있다면 자빠진 사람들에게 발길질 하는 잔인한 짓을 해서는 아니 된다. 옷깃을 스친 인연조차 없는 남의 일이라고 해서 함부러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말이나 글을 올려 그들의 피 눈물을 짜내서는 안 된다. 말도 안 되는 트집으로 개성공단의 근로자들을 철수 시킨 북한 당국이 괘씸하다고 자빠진 기업인들에게 차라리 공장 문을 닫으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인심인 것이다.  
 
영화(Amadeus)속 장면 이지만, 초겨울비가 추적추적 을씨년스럽게 내리던 날 오후에 30대 아까운 나이에 요절한 모짜르트의 유해는 초라한 짐마차에 실려 공동묘지도 아닌 공동 매장지로 향하고 있었다. 모짜르트의 천재를 그렇게 시기하면서 못살게 굴고 음모를 꾸며 죽게 만들었던, 지독한 수구 보수인  살리에리는 비를 맞으며 말없이 비통한 표정으로 참회의 눈물인지 악어의 눈물인지를 흘리고 있었다. 이윽고 모차르트의 유해는 다른 유해들에 섞여 커다란 구덩이에 던져 지고 무심한 인부들은 그 위에 삽으로 방부재를 뿌려 놓고 떠난다. 생전에 모차르트가 미처 끝내지 못했다는 장엄한 합창 레퀴엠은 아~멘을 외친다.죽음도 죽음 나름이다. 원통하게 죽은 영혼에게는 씻김굿도, 레퀴엠도 위로가 되지 못한다. 다만 그 영전에 살아있는 인간들은 경건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에 개성공단의 공장들이 폐쇄되는 날에는 길게 잡아야 수개월 안에 그 설비들은 필시 모차르트의 비참한 죽음처럼 처참한 고철더미가 될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를 외치며 기업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는 대한민국 극우주의자들은 그 때 가서 살리에리처럼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레퀴엠이라도 들을 작정 인가? 그 때의 레퀴엠은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아니라 베르디의 레퀴엠이 더 격에 맞을 것이겠지만, 이러나저러나개성공단 기업인들이 파산하고 난 뒤에야 아무런 의미도 없고 그들을 약 올리는 것 밖에 더 되겠는가? 그 때 극우주의자들은 차라리 조용필의 '바운스'나 틀어 놓고 오두방정을 떠는 것이 더 솔직한 처세가 되는 것이다.  
 
새벽 다섯 시에 시작한 비 구경은 일 곱 시나 되어서야 끝이 났다. 산에 피어나는 신록이 비를 머금어 싱그럽다. 희망의 전조인 것이다. 남북 대화가 하루빨리 열려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하여 백 수십명의 기업인들이, 5만여 북한 근로자들이 가슴을 쓸어 내리며 다시 삶의 희망을 갖게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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