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노란봉투법` 이 뭐길래.. ‘노동권’ vs ‘재산권’ 논란 확대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회원들이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노동조합법 개정안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설명, 시민단체 '손잡고'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 93개 단체가 꾸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회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조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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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을 현금으로 받던 시절, 회사에서 주는 '노란봉투'는 월급의 상징이었다. 이 노란봉투는 지난 2014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을 돕기 위한 캠페인을 통해 재조명됐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은 앞서 2009년 벌인 77일간의 파업에 대해 사측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2013년 법원으로부터 약 47억원(사측에 약 33억원, 경찰에 약 1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러한 보도를 본 한 독자가 시사주간지 편집국에 47000원을 보내며, '이렇게 10만 명만 모아도 노조원들을 도울 수 있다'고 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을 돕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란봉투 캠페인'이 시작됐다.

 

노란봉투 캠페인은 이후 시민사회와 진보 정당들을 중심으로 일명 '노란봉투법' 추진 운동으로 이어졌다.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업의 손배소와 가압류가 노동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노동쟁의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손해를 제외한 노동자들의 쟁의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제한하자는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2015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고, 이후 여러 차례 관련 법안이 나왔지만 별다른 진전없이 폐기됐다. 그리고 최근 21대 국회에서 일명 '노란봉투법' 개정안들이 새롭게 발의됐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적용 대상을 하청과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에도 확대했다. 정의당 의원 6명 전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민주당 의원 46명도 이름을 올렸다. 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재계와 여당은 기업의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고, 불법 파업을 조장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우조선, 파업 하청노동자에 470억 손해배상 소송

 

원청과 하청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과 하이트진로 화물기사들의 파업이 주목을 받으며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이트진로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사태는 지난 9일 노조가 파업 121, 회사 측의 노조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철회를 요구하며 벌인 본사 점거농성 25일 만에 노사합의로 일단락됐다. 회사는 노조에 대한 손배소를 취하하고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을 복직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722일 노사 합의로 막을 내린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사태는 사측이 노조 집행부에 대해 47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새로운 갈등 국면을 맞았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극명한 의견 대립

 

경영계와 보수 정당들은 노란봉투법이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닌 불법 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노동계와 진보 정당들은 국가정책과 법원의 판례들이 재벌과 경영계 중심으로 운영돼 헌법상 노동삼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기존 노조법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하청노동자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과의 단체교섭을 하기 어렵다며,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노란봉투법 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의 박래군 대표는 BBC 코리아에 "파업을 진행한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는 힘이 있거나 큰 노조가 아닌 하청 노동자들이나 파견노동자들,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더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더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기업들이) 힘 있는 노동조합은 안 건드리고 노동조합도 안 만드는 힘 없는 노동자들에게 손배 가압류를 협박의 수단으로 쓰는 것"이라면서 "사용자 측에서는 손배가압류를 노조를 위축시키거나 약화시키고 파괴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보편화시켰다"고 말했다.

 

특히 정규직 노동자들은 거대 노조에 소속돼 상대적으로 보호를 받는데 반해, 하청 노동자들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이라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 내몰릴 뿐 아니라 노조 활동마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노란봉투법 제정이 '재산권 보장을 위협한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 "노동권은 당연히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을 용인하는 권리"라면서 "사용자에게 노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예상되는 이익을 못 보게 만들어 재산상의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용인하는 것인데, 마치 집회 시위를 통해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을 용인하는 집시법의 논리와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파업의 불법성 확대 문제에 대해서는 "파업이 불법인지 합법인지는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 알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법 체계는 합법적인 파업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정도까지 몰고 간 사용자들의 불법성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으면서 노동자들한테만 책임을 묻겠다는 논리 자체는 공정하지도 못하고 상식적이지도 못하다"고 강조했다.

 

K-웹툰이 지난 10년 사이 3배 가까이 성장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지만, 그 이면에는 '웹툰 공장'에서 소모되고 있는 작가들이 있다

 

그는 14일 국회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 90여개 단체와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는 노조법 2·3조가 노동권이라고 하는 헌법 제33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회복하기 위한 싸움이다, 그래서 이 싸움은 노동자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하는 '기본권 회복 운동'이라고 하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국회에는 노란봉투법 제정에 반대하는 재계의 목소리도 전달됐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노란봉투법은 불법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이라며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불법행위자가 피해를 배상하는 것은 법질서의 기본 원칙인데,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오히려 불법행위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인 사용자에게만 피해를 감내하도록 하는 매우 부당한 결과를 초래해 우리 경제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는 경영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진보 야권 vs 보수 여권...정기국회 뇌관 될 듯

 

노란봉투법은 169석의 거대 야당 민주당이 이를 22대 중요 입법 과제로 선정하고 정의당과 진보 의원들도 동참하며 정기 국회의 쟁점 이슈로 떠올랐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과 정의당 측은 법안의 내용이 모든 불법행위에 대한 허용이 아니며 '파괴행위를 제외한' 부분에 대한 허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노란봉투법이 법과 원칙을 무시한 개정안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박정하 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에서 "노란봉투법이 도입되면 사측은 폭력과 파괴로 인한 직접적 손해에만 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것이 파업으로 인해 부수적인 피해를 입는 다른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로 불법파업에 제동을 걸 수 없게 해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보듯 불법파업의 피해는 다른 협력업체의 폐업으로까지 이어져, 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헌법은 '근로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에, 어떤 노동 쟁의로도 다른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아서는 결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사측에게는 손해배상 청구가 불법파업의 제동을 거는 유일한 수단이기에, '재산권' 역시 침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공감대 부족

 

정치평론가 장안대 박창환 교수는 BBC 코리아에 노란봉투법 개정안 통과 추진 자체의 문제보다 하청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노동자들의 파업과 이로 인한 기업과의 갈등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1980년대 경제 호황기 때와 현재 경제가 불황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갈등의 전개 양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1980년대 경제 호황기 때는 업체와 사업자들이 장사가 잘되니까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해 기본급으로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수당 (지급) 등 편법적인 방식으로 들어줬다"면서 당시 "경제호황기와 민주노조 운동이 같이 결합되면서 노조라는 것이 굉장히 보편화되고 사람들의 인식에 자리 잡았는데 문제는 이제 불황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나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기존 거대 노조들은 이미 일정 정도의 노동조건을 확보했지만, 한국이 IMF 사태를 겪으면서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하청의 재하청 구조가 만들어지는 등 노동 구조가 변화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하청 노조, 소형 노조, 비정규직 같은 경우에는 불황기 때 탄생했고 노조의 역사도 짧다""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못 만든 상태에서 비정규직 노조 문제까지, 거기에 위법 문제까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BBC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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